부산 부전시장 상인들은 장사를 멈추고 은행을 찾을 필요가 없다. 오전 7시가 되면 부전1동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직접 점포를 찾아와 전날 쌓인 매출금을 받아가기 때문이다. 명절에는 휴일에도 문을 열고, 평소에는 무료 법률상담과 시장 안내판 설치까지 맡는다. 시장 한복판에서 47년간 영업해온 부전1동금고가 단순한 금융 창구를 넘어 상인들의 생활 지원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전시장에는 채소와 과일, 수산물, 음식점 등 약 2200개 점포가 밀집해 있다. 부산·경남권에서 손꼽히는 대형 전통시장으로 새벽부터 현금 거래가 활발하다. 점포를 오래 비우기 어려운 상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부전1동금고는 수십 년째 찾아가는 파출 수납을 이어오고 있다.
설과 추석 등 대목에는 연휴 중에도 직원들이 순환 근무를 한다. 명절 장사로 쌓인 현금과 온누리상품권을 점포에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필요한 경우 현금과 동전도 교환해준다. 추연종 부전1동금고 이사장은 “명절에는 시장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현금과 상품권이 들어온다”며 “상인들이 현금 보관을 걱정하지 않고 장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휴일에도 직원들이 나와 업무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밀착 영업은 높은 이용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근에 시중은행과 상호금융 등 10여 개 금융기관이 몰려 있지만 부전1동금고를 찾는 고객은 하루 평균 200~300명에 달한다. 성수기에는 하루 방문객이 600명까지 늘어난다. 자동화기기 이용 실적도 부산 지역 새마을금고 가운데 최상위권이며, 온누리상품권 회수 실적은 전국 금고 중 3위를 기록했다.
외형도 꾸준히 커졌다. 2019년 자산 1600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22년에는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2268억 원, 회원은 4144명이다. 2020년 52%였던 예대비율은 지난해 75.4%로 높아졌다.
금융 외 영역에서도 상인들의 불편을 해결하는 데 나서고 있다. 시장 안에서 주민센터와 구청, 금융기관의 위치를 묻는 방문객이 많다는 점을 파악해 주요 길목 3곳에 안내판을 설치했다. 금고 회관 일부는 상인회 사무실로 빌려주고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가 열릴 때는 회의실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부전1동금고는 유동 인구가 많은 시장 특성상 공중화장실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금고 화장실을 주민과 방문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추 이사장은 “관리비와 수리비 부담, 잦은 고장 등 어려움도 있지만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작은 배려지만 시장을 찾는 주민과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여가를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금고는 2024년 자체 회관을 리모델링해 노래교실과 라인댄스, 민화 강좌를 개설했다. 장사를 마친 상인과 회원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일부 강좌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장학사업에도 매년 1000만 원을 내놓는다. 지난해에는 이 같은 나눔 활동을 인정받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선정하는 ‘ESG 나눔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4월에는 임직원이 참여하는 ESG봉사단을 출범시켜 부전시장과 부전1동 일대의 환경정화 활동도 시작했다.
추 이사장은 “우리 금고의 성과는 시장 상인과 고객이 금고를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든든한 지역 파트너로 믿어준 결과”라며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고, 회원의 불편을 가장 먼저 해결하는 금고라는 점이 자부심이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