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동차 제조사인 독일 폭스바겐이 값싼 중국산 자동차 공세 등에 밀려 업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전 세계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10만 명가량을 감원하고 독일 내 공장 4곳을 추가로 폐쇄하기로 했다. 세계적 기업도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탈락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
독일 제조업의 상징인 폭스바겐의 위기는 제때 경영 혁신을 하지 못한 데서 기인했다. 우선 직원 고용 규모가 경쟁사인 도요타보다 약 60%나 많은 63만여 명에 달한다. 생산 공장의 상당수는 독일에 있다. 인건비·운영비가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디젤 엔진 등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에 안주하다가 전기차로의 기술·시장 전환에도 뒤처졌다. 그 결과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연간 생산능력(약 1200만 대)에 크게 못 미치는 약 900만 대에 그쳐 일부 공장들의 가동률이 20~30%까지 떨어졌다.
경영진은 구조조정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노조의 강력 반발에다 독일 특유의 노동 경직성이 경영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진이 9일 직원 10만 명 감원 및 4곳의 독일 공장 폐쇄 방침을 밝히자 노조는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폭스바겐이 구조조정을 실행하려면 노사 대표 동수로 구성된 사내 감독이사회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노조 반대로 전망은 불투명하다.
폭스바겐 사태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성과급으로 순이익 30% 지급 등 무리한 요구를 하다 협상이 결렬되자 13일부터 사흘간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전기차로의 생산 전환, 생산라인 로봇 투입, 해외 공장 신·증설 등 회사 명운이 걸린 결정마다 딴지를 걸어왔다. 현대차가 완성차 업계 3위로 올라섰지만 고임금 구조에 발목 잡히고 기술 혁신마저 막히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성과급 잔치로 소진하는 것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현대차 노조는 폭스바겐을 반면교사로 삼아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현실을 직시하고 사측과 원만한 대화로 상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