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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은 사람이 만든 경계…울진 온천·영덕 바다 관광객 왜 따로 유치하나”

12.07.2026 1분 읽기

하치만 히데키 이푸(IFOO) 대표는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 기리시마오쿠보의 공유오피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도중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 지도를 열었다. 그는 의성·안동·영덕·울진·경주의 위치를 하나씩 짚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치만 대표는 “울진에는 온천이 있고 영덕에는 바다가 있으며 안동과 경주에는 문화·역사 자원이 있다”며 “이렇게 훌륭한 자원을 갖고도 왜 모두 따로 관광객을 유치하려 하나”라고 반문했다.

가고시마현 기리시마 지구 일대를 되살린 로컬 디벨로퍼인 그는 일본의 ‘지방창생’이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강조했다. 지방창생은 인구 감소와 도쿄권 집중에 대응해 지역의 일자리와 생활 기반을 되살리려는 정책이다. 그는 “행정구역은 사람이 만든 경계일 뿐 관광객은 행정구역을 보지 않는다”며 “지역의 강점을 하나의 생활권·관광권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방문한 울진 덕구온천을 예로 들었다. 그는 “온천 하나만으로는 관광객이 며칠씩 머물 이유가 없다”며 “주변의 바다와 음식, 스포츠, 자연 체험을 엮어야 오래 머무는 여행이 된다”고 했다. 지역마다 비슷한 출렁다리를 만드는 대신 온천과 바다·역사·음식 등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동서남북과 중심부에 분명한 테마를 가진 관광권을 만든다면 세계 사람들이 한국 곳곳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치만 대표가 강조한 또 다른 원칙은 행정과 민간·주민의 역할 분담이다. 그는 이를 공공·민간·주민이 함께하는 ‘PPP(Public·Private·People)’ 모델이라고 불렀다. 그는 “행정은 기반을 만들고 민간은 사업을 만들며 주민은 지역의 주인이 돼 참여해야 한다”며 “행정은 공정성과 인프라를 만들고 민간이 수익 구조를 설계하도록 뒤에서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20여 년 전부터 이어졌다. 그는 2003년부터 자연과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오래 머물고 다시 찾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슬로 웰빙 타운(Slow Well-being Town)’을 구상했다. 당시에는 공장 유치와 정주인구 확대가 지방정책의 중심이어서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향 기리시마의 쇠퇴를 지켜보며 위기감은 커졌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빠져나가고 초등학교 학생 수는 반 토막 났으며 상점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그는 “이대로라면 도시로 떠난 아이들이 은퇴 뒤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와 살 마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은 결국 ‘사람의 흐름’이다. 현재 추진 중인 ‘볼케이노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같은 철학에서 출발했다. 가고시마의 사쿠라지마, 구마모토의 아소, 나가사키의 운젠을 ‘화산’이라는 테마로 묶어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키우는 구상이다. 그는 “세 지역이 서로 경쟁해서는 안 되고 화산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야 세계 어디에도 없는 콘텐츠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지방정책의 약점으로는 ‘연속성 부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추진력이 뛰어나지만 너무 빨리 뜨고 너무 빨리 식는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과 브랜드가 달라지면 지역의 정체성은 쌓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1~2년 안에 성과를 내는 사업이 아니라 10년, 20년을 보고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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