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이기려 끓인 삼계탕이 자칫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생닭에 붙어 있던 캠필로박터균이 세척 과정에서 주방 곳곳으로 퍼지는 탓인데, 전문가들은 생닭을 아예 물에 씻지 말라고 조언한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캠필로박터 제주니(캠필로박터) 식중독 환자는 모두 2134명 발생했다. 연도별로 2018년 453명, 2019년 312명, 2020년 515명, 2021년 584명, 2022년 270명으로 해마다 수백 명씩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발생 시기는 복날이 몰린 한여름에 쏠린다. 식약처가 앞서 5년치(2017~2021년)를 분석했을 때 전체 환자의 47%인 925명이 초복이 있는 7월에 집중됐고 발생 장소도 전체 환자의 47%가 구내식당 같은 집단급식소였다. 올해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잠정 식중독 환자는 9612명으로 전년보다 26% 급증했고, 절반 이상이 6~9월 여름철에 몰렸다.
캠필로박터는 닭·오리 등 가금류와 야생조류의 내장에 흔한 세균으로, 감염되면 복통·설사·발열이 나타난다. 감염 경로는 크게 두 갈래다. 덜 익힌 닭고기를 먹거나, 생닭을 씻은 물이 다른 식재료에 튀어 오염이 옮겨가는 경우다.
특히 생닭을 흐르는 물에 헹구는 습관이 문제로 지목된다. 생물 교사이자 과학 실험 유튜버인 포켓생물은 이를 눈으로 확인하는 영상을 올렸다. 마트에서 산 생닭을 싱크대에서 씻은 뒤 그 물을 현미경에 올려놓는 실험이었다.
100배율에서는 별다른 게 보이지 않았지만 400배율로 키우자 갖가지 세균이 꿈틀대는 장면이 포착됐다. 포켓생물은 “생닭 표면에는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세균이 존재한다”며 “생닭을 씻을 때는 세균이 넓게 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해외 연구도 같은 결론을 내놨다. 2019년 미국 농무부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가 성인 300명에게 생닭을 씻게 한 실험에서 싱크대 주변이 세균으로 오염됐고 씻던 사람의 입안에서까지 세균이 검출됐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생닭 세척을 피하고 74℃ 이상으로 가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안내한다. FDA는 “위험하게 고기를 물에 씻는 불필요한 일은 하지 마라”고 못 박았다.
예방의 기본은 손 씻기와 구분 관리다. 조리 전에는 비누 등 세정제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고, 생닭을 만진 뒤 다른 재료를 손질할 때도 반드시 다시 씻어야 한다. 냉장 보관 시에는 핏물이 다른 식품에 닿지 않도록 밀폐용기에 담아 맨 아래 칸에 두는 것이 좋다.
조리 순서도 중요하다. 식약처는 채소류를 먼저 다듬고 육류, 어류, 가금류 순으로 손질·세척하라고 권고한다. 칼과 도마 같은 조리도구는 육류·생선·채소용을 따로 나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