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의혹 규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도 별다른 분석 없이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이 뒤늦게 영상을 정밀 분석해 성범죄 정황을 확인하면서 적용 혐의가 단순 살인에서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된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증거 누락과 수사기밀 유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는 현장 수사팀을 넘어 경찰 지휘라인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검찰 수사가 경찰 윗선으로 향하면서 보완수사권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온 검·경 갈등도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따르면 광주지법은 전날 장윤기 사건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이었던 박 모 경감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경감은 장윤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결박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고, 장윤기 자취방에서 발견된 리얼돌 역시 확보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장윤기 부친인 장모 경감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건 당시 차량에서 사라졌던 케이블타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증거 누락이 현장 수사팀의 단순 판단이었는지, 상급자의 보고나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케이블타이와 리얼돌이 압수 대상에서 제외된 경위는 물론, 관련 내용이 경찰 내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증거 확보를 막거나 축소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사건이 초기부터 단순 살인으로 의율된 배경 역시 주요 수사 대상이다.
수사팀과 장윤기 부친 사이의 연락 경위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장 경감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수사팀과 수십 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인했으며, 한 수사팀원과의 통화에서는 “아버지가 경찰인 사실을 모르게 수사하라”는 취지의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대화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발언이 실제 어느 지휘라인에서 나왔고 이후 수사 방향과 혐의 적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의 CCTV 분석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지만 정밀 분석 없이 사건을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영상 분석을 추가 의뢰해 장윤기가 차량 뒷문을 열어둔 채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장면 등을 확인했고, 이를 비롯한 여러 증거를 토대로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다.
검찰 수사가 현장 수사팀을 넘어 경찰 지휘라인까지 확대되면서 경찰 내부 보고·지휘 체계 전반으로 수사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 역시 장윤기의 큰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인 점 등을 고려해 근무 인연과 개인적 친분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형법상 ‘친족 간 증거인멸 특례’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다. 장윤기의 현직 경찰관 부친이 아들의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친족 간 증거인멸 특례가 적용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친족상도례 관련 법률상담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상담 건수는 2021년 225건에서 2022년 284건으로 증가한 뒤 2023년 269건, 2024년 247건을 기록했다. 올해도 6월까지 83건의 상담이 접수됐으며, 장윤기 사건이 발생한 5월에는 상담 건수가 16건으로 전월(11건)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