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은 관상동맥이다.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질환이 발생하며, 심장 근육이 괴사하고 제 기능을 못해 급사에 이를 수 있다.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치료를 해야 하는데, 흔히 스텐트 시술을 먼저 떠올리지만, 모든 환자가 스텐트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병변이 길거나 좌주관상동맥을 침범한 경우, 당뇨·신부전 등 위험인자가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이 더 유리할 수 있다.
4일 저녁 9시 25분 서울경제TV ‘지금, 명의’에서는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강준규 교수를 만나 관상동맥질환과 관상동맥 우회로술, 하이브리드 관상동맥 재관류술에 대해 들었다.
강준규 교수는 “관상동맥질환의 대표 증상으로 흉통을 꼽았다”며 “생애 처음 겪는 극심한 가슴 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고령이거나 당뇨가 오래된 환자는 통증보다 호흡곤란이나 소화불량처럼 느끼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혈압·당뇨·고지혈증·가족력·흡연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이 심한 흉통을 느낀다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스텐트 어려운 관상동맥질환, 우회로술 고려
관상동맥 중에서도 좌전하행지는 매우 중요한 혈관이다. 심장 혈액 공급의 50~60%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 기능 저하 등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강 교수는 “좌전하행지를 어떻게 잘 살리느냐가 관상동맥 우회로술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관상동맥질환의 약 80%는 스텐트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20%는 수술이 필요하거나 수술이 더 유리한 경우다. 예를 들어 좌주관상동맥처럼 혈관이 갈라지는 부위에 병이 생겼거나, 병변이 길거나, 당뇨가 오래 지속된 환자는 여러 개의 스텐트를 넣어야 하거나 시술 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장기 생존율과 재협착률 측면에서 수술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관상동맥 우회로술은 막힌 혈관 자체를 뚫는 수술이 아니다. 막힌 부위 뒤쪽에 환자 자신의 혈관을 연결해 피가 흐를 수 있는 ‘새 길’을 만들어주는 수술이다. 강 교수는 “산을 지나갈 때 터널을 뚫는 것이 스텐트라면, 산 뒤쪽으로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 우회로술”이라고 비유했다.
◇환자 몸 안 혈관 사용
수술에는 인공혈관이 아니라 환자 몸 안의 혈관을 사용한다. 가장 중요한 혈관은 가슴 안쪽에 있는 내흉동맥 또는 내유동맥이다. 이 혈관은 좌전하행지에 연결했을 때 장기 개통률이 매우 높다. 강 교수에 따르면 내흉동맥은 10년 뒤에도 95% 이상 잘 유지된다. 팔의 요골동맥은 10년 개통률이 약 90%, 다리의 대복재정맥은 약 60% 수준이다.
과거에는 심장을 멈추고 수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심장을 뛰게 한 상태에서 우회로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늘었다. 국내에서는 전체 관상동맥 우회로술의 50~60% 정도가 심장을 멈추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강 교수는 “예정 수술로 제때 받는 경우 수술 성공률은 98~99%”라며 “응급으로 실려와 수술하는 경우보다 결과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회복도 과거보다 빨라졌다. 일반적인 관상동맥 우회로술은 수술 시간이 3시간 안팎이며, 90%의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1박 2일 정도 지낸 뒤 일반 병실로 올라간다. 이후 5일에서 일주일 정도 회복하면 퇴원이 가능하다. 강 교수는 수술 후 조기 보행과 심장 재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엔진을 수리했다면 차고에 세워두는 것이 아니라 달려야 하듯, 심장 수술 후에도 재활을 통해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술+수술 결합한 하이브리드 치료도
최근 주목받는 치료법은 하이브리드 관상동맥 재관류술이다. 이는 수술과 시술의 장점을 결합한 치료다. 가장 중요한 좌전하행지는 최소침습 수술로 내흉동맥을 연결하고, 나머지 혈관은 스텐트 시술로 치료하는 방식이다. 절개 범위를 줄일 수 있어 통증과 입원 기간이 줄고 회복도 빠르다. 고식적 수술보다 수술 시간도 짧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경우가 많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하이브리드 치료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별 병변 위치, 혈관 상태, 동반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심장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가 함께 논의하는 ‘하트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강 교수는 “수술이 유리한지, 시술이 유리한지, 하이브리드 치료가 적합한지는 하트팀에서 최선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도 무조건 수술을 포기할 이유는 아니다. 강 교수는 93세 환자에게도 관상동맥 우회로술을 시행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물론 나이가 많으면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최근에는 수술 시간 단축과 수술 후 관리 기법 발달로 고령 자체가 절대적인 금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당뇨와 흡연, 불에 기름 끼얹는 것”
관상동맥질환은 심장 혈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뇌혈관, 말초혈관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혈관질환을 전신질환으로 보고 고혈압·당뇨·고지혈증·흡연 같은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강 교수는 특히 흡연과 당뇨를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당뇨와 흡연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다”며 “수술 후에도 금연과 운동, 심장 재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고, 맹장염이면 수술을 하듯이 시술이 필요한 상황이면 시술을,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면 수술을 해야 한다”며 “심장 수술이 활성화된 기관에서 수술을 권유받았다면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관상동맥질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돌연사다. 일부 환자는 첫 증상이 돌연사로 나타나기도 한다. 강 교수는 “중년 이상에서 고혈압·당뇨·고지혈증·가족력·흡연력이 있는 사람이 운동할 때 가슴 통증을 느낀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심장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이 습관’…가슴통증, 돌연사 전조일 수 있다? [강준규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