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6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51.4%, 내년은 52.3%로 전망했다. OECD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이 GDP 대비 각각 48.2%, 50.2%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기존 전망치에 계산 착오가 있었다며 한 달도 안 돼 이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OECD가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이 급속한 고령화와 재정 위험에 대응해 재정 건전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대목이다. OECD는 한국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50년 정부부채 비율이 GDP의 200%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면 미래 세대에 빚더미를 떠안길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로 들린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나랏빚 증가를 우려하는 곳은 OECD만이 아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30년 60%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은 세계 주요국에 비해 아직은 높지 않다. 일본은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웃돌고 미국도 120%를 넘었다. 프랑스와 영국 등도 100% 안팎이다. 문제는 이들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국가부채에 대응하는 정부의 방식도 우려된다. 정부는 적극재정으로 경제성장을 이끌면 세수가 늘고 GDP가 증가해 국가부채 비율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투자보다 현금 지원 확대에 주력하면 GDP 개선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추가경정예산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요즘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한국 경제에 거대한 세수 호재를 안겨주고 있지만 이 같은 우호적인 세수 환경이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과도한 재정 확대는 결국 나랏빚 급증과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OECD 등 국제기구의 조언대로 세입 기반 확충을 바탕으로 재정 건전성을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OECD가 제안한 재정 투명성을 감시할 독립 재정기구 도입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