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자 신경질환으로 평생을 고통받았던 버지니아 울프(1882~1941)는 “그 시절 위대한 재능을 타고난 여자라면 누구라도 틀림없이 미치고 말았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시대도, 지역도 다르지만 이 말이 한국사회에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해야 할까, 아니면 여전히 분노와 광기를 에너지 삼아 생존하고 있다고 말해야 할까.
앤솔러지 소설집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를 통해 편혜영·최진영·정한아·정보라·예소연 등 5명의 여성 소설가가 뭉쳤다. 이들은 이 책에서 ‘미친 여자들’이라는 주제로 각자 집필한 다섯 편의 소설을 묶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미치게 하는 세상에서 실은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독자가 ‘미친 여자’라는 말 자체를 이전과 달리 보도록 만든다. 소설 속 미쳤거나 혹은 미치지 않은 인물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는 결국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과 다르지 않다.
이들 작품은 앞서 창비의 온라인 연재 플랫폼 ‘매거진창비’에 연재된 바 있다. 각각의 작품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솔직한 욕망과 분노, 집착, 그 너머의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포착한 이야기를 담았다.
편혜영의 ‘재배의 경제’는 옹벽에서 굴러떨어져 크게 다친 ‘나’에게 누나인 석미가 ‘움직이지 않는 노동’을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험 조사관의 눈을 속이기 위해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석미와 ‘나’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장애와 빈곤, 젠더와 돌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최진영은 ‘듣고 있어’에서 우리가 과연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또 정한아의 ‘여자들의 산’은 오래되고 낡은 기도원을 배경으로 광기에 휩싸인 사람들의 뒤틀린 믿음을, 정보라는 ‘부서지는 여자’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그린다. 예소연의 ‘목숨과 숨통’은 소년원에 들어간 아들의 행적을 이해해보기 위해 애쓰는 엄마의 분투를 담았다. 1만 6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