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찾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거점인 경기 화성시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남양기술연구소.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270도 곡면 스크린이 등장했다. 내부를 G80의 모습으로 구현한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을 밟자 전면 스크린에서 가상의 도로를 따라 차량이 부드럽게 주행을 시작했다.
차량 앞좌석만 잘라낸 듯한 모양의 운전석인 콕핏이라 운전면허 스크린 연습을 하는 느낌일 줄 알았지만, 운전대를 꺾으면 차량의 움직임에 맞춰 좌우로 기울어지는 느낌이 생생히 전해졌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따라 차체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도 현실감 있었다.
현대차·기아의 남양연구소는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느낌의 가상 시뮬레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남양기술연구소 주행시험장을 1㎜ 단위까지 정밀하게 스캔해 경사와 노면의 요철, 과속방지턱, 아스팔트의 질감까지 재현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유럽·미국 등 주요 시장의 도로도 프로그램에 담았다.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시설을 만든 것은 신차 검증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금까진 차량을 개발할 때마다 프로토타입의 시작차를 제작해 시험을 해왔지만, 이제는 가상공간 주행을 통해 얻은 정밀한 해석 모델링 데이터를 분석해 차량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정필영 주행성능컨셉개발팀 책임연구원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가상공간에서 차량의 성능 변화를 예측하고 평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능 육성까지 가능한 장비”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찾은 디지털 측정 센터에서는 차량의 차체와 부품의 치수를 정밀하게 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측정물에 직접 접촉해 좌표값을 읽어낸 후 치수를 재는 3차원 장비인 CMM은 차량 한 대당 1000여 개의 포인트를 측정했다. 설계대로 완벽한 치수로 부품이 제작되고 조립이 이뤄져야 품질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량의 조립을 마친 이후에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정밀한 치수 측정은 필수다.
한진수 파일롯트품질검증팀장은 “바디부터 의장 부품까지 모든 단계의 측정 데이터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완성차에서 문제가 발견돼도 곧바로 추적해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남양연구소에서 제어기의 성능을 검증하는 노바 랩(NOVA Lab)을 비롯한 곳에서 다양한 디지털 기반의 혁신 R&D 기술을 차량 개발 과정에 적용하고 있었다. 시간·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혁신적인 제조 공법을 도입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의 R&D 기술은 양산차뿐 아니라 레이싱카와 현대N·제네시스 마그마 등의 고성능 차량 개발에도 활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