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이 바꾸어놓았던 국내 소비자들의 온라인 장보기 문화가 퀵커머스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변화하고 있다. 전날 미리 장 볼 품목을 계획해 주문 해놓을 필요 없이 필요한 품목을 소량씩 즉시 온라인 주문하는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의 직매입 퀵커머스 채널인 배민B마트는 올해 상반기 누적 주문 건수와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 씩 증가했다. 직매입 제품 외에 외부 슈퍼마켓 등이 입점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민커머스의 같은 기간 누적 주문 건수와 거래액도 각각 33%, 27% 늘어났다. 배민B마트와 배민커머스에서 구매한 상품은 배달 음식과 마찬가지로 주문 후 라이더가 픽업해 즉시 구매자가 원하는 장소로 배송된다.
배민은 퀵커머스 주문의 대부분이 장보기 수요라고 분석하고 있다. 판매 품목이 두부와 달걀, 콩나물 등 신선식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배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두부 카테고리 거래액과 주문 건수는 각각 전년 대비 53%, 60% 증가했다. 같은 기준으로 콩나물도 거래액과 주문 건수가 각각 40%, 70%, 달걀의 경우 70%, 54% 늘었다.
배민 관계자는 “두부와 달걀, 콩나물은 소비자들이 신선도와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필수 식재료”라며 “이는 공산품과 식당 음식 배달 외에 퀵커머스를 통한 신선식품 장보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마트 계열 유통 채널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SSG닷컴의 지난 5월 바로퀵 매출도 1월 대비 168% 증가했다. 바로퀵은 이마트 점포 반경 3㎞ 내에서 주문한 상품을 1시간 안팎으로 배송해주는 근거리 배송 서비스로 지난해 9월 도입됐다.
SSG닷컴 바로퀵 고객들 역시 주로 소량 단위의 신선식품을 구매했다. 5월 바로퀵 매출 가운데 신선식품의 비중은 45%로 전체 상품 카테고리 중 가장 높았다. 회사 관계자는 “애호박과 아삭이상추, 대파 등 작은 단위 채소류가 판매량 상위권에 올랐다”며 “당도 선별 수박과 참외, 대추방울토마토, 블루베리 등 제철 과일과 삼겹살, 차돌박이 등 축산상품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통상 장을 볼 때 식품과 함께 구매하는 샴푸나 기저귀 같은 생활필수품목도 퀵커머스 수요가 가파르게 늘었다. SSG닷컴의 스킨케어와 헤어·바디 상품이 있는 뷰티 카테고리 5월 매출은 1월 대비 580% 늘었고, 기저귀와 완구류 등 유아동 카테고리도 같은 기간 472% 증가했다.
이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근거리 장보기 채널인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매출에서도 퀵커머스 비중이 커지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GS더프레시의 퀵커머스 매출 비중은 2022년 1.2%에서 현재 9.7%로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퀵커머스 장보기 수요가 편의점까지 번지면서 GS25의 1~5월 퀵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94.4%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신선식품 퀵커머스 매출 증가율은 417.8%에 이른다. ‘리얼신선계란’(대란 15입), 200g 소포장 고기 ‘한끼양념육’ 등 소용량 신선식품 주문이 주를 이뤘다.
업계는 퀵커머스가 기존 온라인 장보기를 보완하는 형태로 e커머스 내 비중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벽배송 등 기존 e커머스의 배송 시스템에서는 적어도 전날 밤까지 주문을 마쳐야 하지만, 퀵커머스는 즉시 장보기가 가능한 만큼 바쁜 맞벌이 부부나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수요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퇴근길에 주문해도 도착 시 상품을 받아볼 수 있고, 혹시 교환을 원한다면 인근 매장에서 직접 교환할 수도 있다”며 “근거리 소비,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효율) 트렌드와 맞물려 퀵커머스를 통한 즉시 장보기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