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상위 학벌이나 의대를 선망하는 이유의 핵심은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일자리 경쟁’ 때문이다. 학벌이 높을 수록 고연봉과 명예를 보장하는 일자리를 획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연도별 선호학과 추이만 봐도 이 같은 현상은 잘 드러난다. 1997년 이른바 ‘IMF 사태’로 대기업 구조조정이 속출하자 자격증을 바탕으로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의과대학의 커트라인이 껑충 뛰었다. 안정된 고액 일자리가 여전히 부족한 만큼 ‘의대 열풍’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백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1인당 수억원의 성과급을 제공하기로 하며 반도체 계약학과의 입결이 의대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상위 학벌을 얻기 위한 일선 고교생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일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 취업’ 보고서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300인 미만 정규직 임금은 58.9에 불과했다.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가 1년에 1억원을 번 다고 가정할 경우 300인 미만 근로자는 5890만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서도 이 같은 임금격차 현상은 잘 드러난다. 2024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613만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307만원의 2배 수준이다. 월 10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중도 대기업은 14.6%였지만 중소기업은 2.0%에 불과했다. 대기업 입사에 성공하느냐 마냐에 따라 평생 임금으로 모을 수 있는 자산이 2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보고서는 “노동시장은 임금 등 근로조건이 좋은 1차 시장과 그렇지 않은 2차 시장으로 분리돼 있으며 대기업-중소기업으로 분리된 이중구조”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성과급 분쟁과 같은 대기업 성과가 협력사 등 중소기업으로 확산되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익률 격차에 따른 임금 차이도 크다는 점에서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어느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느냐가 갈수록 중요해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평균 임금 격차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강화되는 추세이며 20대 중소기업 종사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이만 50대에는 43%로 떨어진다”며 “25~49세까지의 연령대별 평균 임금 차이만 단순 계산하더라도 임금 소득에서 중소기업 재직자와 대기업 재직자는 10억 원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소득의 차이는 투자여부에 따라 자산격차로 이어지고 결국 임금·자산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대기업 종사자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40·50대의 관련 비중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일자리라는 한정된 자리를 놓고 이른 ‘세대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20대 대기업 종사자 비중은 2015년 15.1%에서 차츰 감소해 11.6%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 13.6%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청년의 대기업 입직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라며 “반면 40대 대기업 종사자 비중은 2015년 11.7%, 50대 대기업 종사자 비중은 같은기간 7.9%였으나 2024년에는 해당 수치가 각각 14.2%와 10.5%로 상승하며 대기업 종사자의 근속기간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이 대기업 근속기간 증가는 60세 정년 법제화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도입 등에 따른 근무환경 개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이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 입사 전까지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고 대기업 취업 준비에 ‘올인’하는 비효율을 낳는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늘어나고 이직을 통한 일자리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들은 첫 일자리를 생애소득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인식해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중소기업 연봉 차이가 노동시장 진입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4년제 대졸자는 이중구조 영향으로 졸업을 약 1개월, 노동시장 진입을 약 3.6개월 정도 각각 유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학벌은 중소기업 보다 대기업 입사 시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202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3곳 중 2곳인 66%의 기업이 채용시 학벌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38.3%에 불과했다. 대기업 입사 문턱이 좁아지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고착화 될 수록 상위 학벌을 얻기 위한 교육 부문에 대한 시간적 금전적 투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