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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률 3.5%’ TSMC 비결은 RSU…“지방인재에 과감한 혜택 줘야”

28.06.2026 1분 읽기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미래 기업가치 상승분을 임직원과 나누는 보상 제도로 핵심 인재를 장기간 붙잡아두는 ‘황금 수갑’으로 불린다. 특히 지방으로 이전하는 반도체, 인공지능(AI) 기업들이 현금 보상만으로는 석·박사급 고급 인재가 수도권을 포기할 유인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부터 중소 협력사까지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RSU 활성화를 뒷받침할 세제 지원을 또다시 외면하면서 첨단 인재를 지방으로 끌어올 가장 강력한 수단을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RSU가 얼마나 강력한 인재 확보 수단인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례가 잘 보여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AI 등 이공계 인재 성과보상체계 개편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상무급 임원이 2021년 연봉 2억 원의 80%인 1억 6000만 원어치 RSU를 약정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5년 뒤인 올해 실제 지급액이 약 4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금 보상은 기업의 당장 지불 능력에 묶이지만 주식 보상은 주가 상승에 따라 더 많은 보상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장기 보상의 위력은 글로벌 기업의 인재 유지에서도 검증되고 있다.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약 15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 상당의 RSU를 지급한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최근 2.7%까지 낮아졌다. 현금 보상에 더해 RSU와 유사한 선지급형 주식 보상(RSA)을 병행하는 대만 TSMC의 이직률도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이다. 2024년 기준 삼성전자의 연간 이직률은 10.1%로 엔비디아(2.5%)나 TSMC(3.5%)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한화·네이버·쿠팡 등 일부 대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RSU를 도입했지만 주로 임원급에 한정돼 있다. 반도체·AI 핵심 엔지니어 등 기술 인재 전반으로 넓히려면 세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 얘기다. 특히 현금 연봉을 빅테크 수준으로 맞추기 어려운 중견·중소 협력사일수록 RSU 세제 지원의 필요성이 더 크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2년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RSU 도입 장벽 1순위로 ‘세제 혜택 미비로 인한 임직원의 세 부담’이 꼽혔다. KDI는 주식 보상을 받는 시점에 현금 유입 없이 세금부터 내야 하는 구조는 기업과 임직원 모두 주식 보상을 실질적으로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화가 RSU 금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섞어 지급하는 것도 임원들이 세금 납부를 위해 주식을 팔아 주가에 하방 압력을 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것이다.

스톡옵션과의 세제 불균형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법상 벤처기업 스톡옵션에는 행사 이익 연 2억 원까지 비과세, 세금 5년 분납, 주식 매각 시점에 양도소득세로만 내는 과세특례 등 세 가지 조세 지원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RSU에는 이 중 어느 것도 없다.

지난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RSU에 스톡옵션과 동일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재정경제부는 과세 형평성과 근로소득세 과세 기반 잠식을 이유로 반대하며 장기 계류된 상태다. 세제 혜택이 고소득 핵심 인력에게 집중될 수 있고 근로소득을 양도소득으로 전환할 경우 과세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이는 최근 주요국이 RSU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은 스타트업 직원이 주식 보상을 받을 때 발생하는 세금 납부를 주식 매각 등 유동성이 생기는 시점까지 미룰 수 있도록 했다. 주식을 받는 시점에 현금 유입 없이 세금부터 내야 하는 한국과 달리 ‘드라이 인컴’ 부담을 줄인 구조다. 프랑스는 설립 15년 미만 스타트업 전용 주식 인센티브 제도(BSPCE)를 통해 사회보장 분담금을 전액 면제하고 30%의 단일세율로 과세해 세 부담을 크게 낮추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공계 인재 유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독일·미국·영국 등은 AI 인재가 순유입되는 반면 한국은 AI 분야 종사자 1만 명당 0.35명이 순유출되는 인재 유출국으로 분류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첨단산업 이전은 전력과 물이 아니라 인재로 완성된다”며 “독일처럼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한정해서라도 RSU 과세 이연이나 비과세 혜택을 먼저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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