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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하나 빠뜨린 중고거래…法 “계약 취소 안 돼”

26.06.2026 1분 읽기

중고 거래 플랫폼에 물품 가격을 실제 판매 희망가의 10% 수준으로 잘못 올려 거래가 성사됐더라도 사후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격을 잘못 기재한 사정만으로 이미 성립한 거래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노민식 판사는 최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물품 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지난해 3월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 자신이 사용하던 당구용품을 31만 7000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A 씨가 실제로 받으려던 금액은 317만 원이었지만 실수로 0을 하나 빠뜨려 희망가의 10% 수준으로 가격을 기재한 것이다. B 씨는 게시 글이 올라온 당일 해당 물품을 모두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A 씨는 곧바로 물품을 발송했다. 이후 B 씨는 플랫폼을 통해 대금을 결제하고 구매 확정까지 마쳤으며 판매 대금 31만 7000원은 A 씨에게 정산됐다.

뒤늦게 정산 금액을 확인한 A 씨는 가격을 잘못 올렸다며 B 씨에게 물품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A 씨는 거래 취소와 물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뒤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실제 판매 희망가의 10%에 불과한 금액을 가격으로 기재한 것은 중대한 착오에 해당한다며 민법상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A 씨가 가격을 잘못 입력한 것은 계약 내용 자체의 착오가 아니라 거래를 하게 된 배경이나 동기에 관한 착오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상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려면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돼 계약 내용으로 편입돼야 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물품의 판매 희망 가격에 관한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할 뿐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라고 할 수 없다”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실제 판매 가격이 이 사건 거래의 내용으로 피고에게 표시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는 만큼 착오를 이유로 한 원고의 취소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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