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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162곳에 식품 배달…마트 없는 농촌, 농협이 밥상 지킨다

25.06.2026

농촌소멸의 그림자가 생활 인프라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식료품점이 사라진 마을에서는 장보기가 어려워지고 금융점포 축소와 돌봄 공백은 고령 주민의 일상을 흔든다. 농번기 일손 부족은 농업 생산 기반까지 위협한다. 서울경제는 농촌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농협이 펼치는 식품·금융·복지 현장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경기 안성시 고삼면 신가여자경로당 주방에 매콤한 양념 냄새가 퍼졌다. 프라이팬에서는 반조리 상태로 온 돼지불고기가 익어가고, 식탁에는 밥그릇과 국그릇이 하나둘 놓였다. 이날 밥상에 오른 메뉴는 농촌 경로당 맞춤형 반조리식품인 ‘한돈 돼지불고기 매콤고추장맛’이었다.

농촌에서 밥 한 끼를 차리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고령화로 경로당에서 식재료를 사고 손질해 조리할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마을 식료품점까지 사라지면서 장보기 부담도 커지고 있어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농림어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51.0%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2020년 조사 기준으로는 전국 행정리 3만 7563개 중 약 74%인 2만 7609개에 식료품점이 없었다.

25일 농협은 이 같은 농촌의 먹거리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동장터와 경로당 반조리식품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료품점이 사라진 마을에는 이동장터를 보내 채소·과일·축산물·생필품 등을 공급하고, 조리 인력이 부족한 경로당에는 데우거나 끓여 먹을 수 있는 반조리식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경로당 반조리식품 지원사업은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본격 확대됐다. 농협은 지난해 3개 농협, 40개 경로당에서 운영했던 사업을 올해 4개 농협, 162개 경로당으로 넓혔다. 식수 인원도 700여 명에서 3400여 명으로 늘었다. 공급 기간도 농번기와 맞물린 5~9월로 잡아 어르신들의 식사 준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급 품목은 육개장, 추어탕, 설렁탕, 전복미역국 등 국·탕류와 간장불고기, 고추장불고기, 편육, 김치찜 등 일품요리다. 경로당에서 간단히 데우거나 끓이는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어 별도 조리 인력이 부족한 곳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 농협은 지역농협 냉동차량 등을 활용해 경로당에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신선도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걀과 사업 만족도와 지속 필요성에 대한 긍정 응답이 각각 98%로 나타났다.

신가 부녀회장인 장성옥(67세) 씨는 “농협의 반조리식품 덕분에 밥 차리는 부담도 줄고 맛까지 좋아서 경로당 어르신들도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점이 없는 마을에는 이동장터가 찾아간다. 순천농협 이동장터처럼 특수 개조 차량에 채소와 과일, 축산물, 생필품 등을 싣고 마을을 순회하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멀리 읍내까지 나가지 않고도 차량 앞에서 필요한 물건을 고를 수 있다. 농협은 올해 5월 기준 전국 18곳에서 이동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과금 수납, 택배 접수 등 생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농협은 농촌 일손 부족에도 대응하고 있다. 전국 616개 농축협에서 농기계은행을 운영하며 2만 9800여 대의 농기계를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농기계은행을 통한 농업인 실익 효과는 3222억 원으로, 이 가운데 농작업 대행 효과가 2711억 원으로 가장 컸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필요한 기능만 선택하는 보급형 스마트팜도 확산해 올해 2000농가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식품 사막화로 농촌 정주 여건이 훼손되고 다시 농촌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는 악순환 속에서 농협은 공익적 가치를 위해 관련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촌의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구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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