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개정된 패륜 행위를 한 가족이 유류분을 받지 못하도록 한 새 민법을 당시 법원에 계류 중이던 소송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5일 부친 사망 이후 재산 대부분을 물려받은 자녀 A 씨를 상대로 다른 자녀 B 씨 등이 낸 유언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A 씨는 2021년 부친 사망 이후 재산을 대부분 상속받았는데 형인 B 씨는 “유류분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유류분이란 고인이 유언을 남기더라도 가족 개개인에게 일정 비율만큼은 반드시 물려주도록 한 재산이다.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1977년 도입됐지만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사회 변화에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됐다.
헌재는 2024년 4월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민법 1112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고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도 “기여상속인에게 보상하려 한 피상속인의 의사를 부정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다만 법적 안정성을 위해 단순위헌 결정을 내리는 대신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도록 하고 해당 조항의 효력은 개정 전까지 잠정 적용하도록 했다.
헌재 결정 이후 법이 개정됐다. 헌재 결정 이후 2024년 8월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상속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하라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구하라씨의 오빠가 ‘어린 구하라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입법을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다. 올해 3월에는 직계존속뿐 아니라 직계비속, 배우자 등 모든 상속인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상속권을 제한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는 등의 경우 가정법원의 상속권 상실 선고로 피상속인의 재산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A 씨 가족 소송에서의 쟁점은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은 옛 유류분 조항을 그대로 적용할지였다. A 씨는 2심에서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B 씨가 패륜적인 행위를 했고, 자신은 부친을 부양했으므로 B 씨의 유류분액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A 씨가 유류분 부족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구법 잠정 적용 취지에 따라 옛 유류분 조항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개정 민법 부칙은 신법 조항을 헌재 결정일인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만 소급 적용되도록 규정했으나,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병행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번 재판의 당사자도 이런 개정법 취지에 따라 다시 판단을 받을 길이 열렸다. 개정법에 따르면 공동상속인은 부양의무 위반 등 행위를 한 사람이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해야 한다.
다만 개정법 시행 전에 이를 안 공동상속인, 즉 A씨처럼 유류분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었던 공동상속인이 유류분 상실 사유를 주장하려면 개정 민법 시행일(올해 3월 17일)로부터 6개월 이내인 올해 9월 16일까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