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걷은 국세에서 20.79%를 떼어 내 교육청에 자동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는 그동안 좌우 정부를 막론하고 해묵은 개혁과제로 통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학생 수는 줄어드는 반면 교부금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 멀쩡한 책걸상을 교체한다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시설 공사에 돈을 쓰는 등 예산 낭비 사례가 매년 반복됐기 때문이다.
재정당국의 수장인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해 52년만에 칼을 빼들었다. 그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다른 제도들은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하는데 교육교부금은 그런 것 없이 고정된 비율로 연계되는 경직적인 구조”라며 “내국세 연동 비율 변동과 관련해 학령인구나 경제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실제 학령인구는 저출생 영향으로 2016년 약 737만명에서 올해 570만명으로 167만명 감소했다. 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같은 기간 약 42조원에서 71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세수 증가분까지 반영되면서 올해 교부금 규모는 약 76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구조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내국세 연동 방식을 손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단순히 연동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뿐 아니라 내국세와 자동 연계를 중단하고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학령인구 변화 등을 반영한 새로운 산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내국세 연동 중단을 전제로 경상성장률 등을 반영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방향의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며 “교육부, 대통령실 등과 함께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사후적으로는 내국세에서 차지하는 교육교부금 비율이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세수입은 412조 1000억 원으로 전망된다. 만약 올해 추경 기준 교육교부금 규모인 76조 4000억 원을 내년에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교부율은 약 18.54%로 계산된다. 현행 20.79%보다 2.2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내년 실제 국세수입이 정부 전망치를 웃돌 경우 교부율 인하 여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는 교부금 개편이 곧 교육예산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박 장관은 “우리는 교부금을 줄인다고 한 적이 없다”며 “전체 초·중등 교육예산 규모가 축소되거나 위축되는 일 없이 매년 증액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 1인당 교부금도 매년 늘려갈 것”이라며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 혜택의 크기는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개편을 통해 확보된 재정 여력을 대학·평생교육·유아교육 분야까지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획처 관계자는 “초·중등 교육만 지원하던 칸막이를 없애고 전 생애 교육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최종 개편안을 확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향후 재정전략회의 등을 통해 정부 입장을 정리한 뒤 교육계와 국회를 상대로 본격적인 설득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박 장관은 “정부 입장이 하나로 정리돼야 교육감들과도 논의할 수 있고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수 있다”며 “어떤 시나리오가 적합한지 장기 재정 추계 등을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