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고가·비거주 1주택을 겨냥한 세제 개편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의 초고가주택 증세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보유세가 지나치게 낮다는 게 정부의 인식인만큼 올해 종합부동산세의 대대적 과표구간 조정과 세율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정당국도 뉴욕과 LA를 포함해 해외의 다양한 부동산 과세 제도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는 뉴욕시에 살지 않으면서 시내에 500만달러 이상 세컨드하우스를 보유한 비거주자를 겨냥해 기존 재산세와 별도로 연간 추가 보유세를 부과하는 ‘피에다테르 세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피에다테르(Pied-à-terre)는 별장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세컨드하우스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번 법안은 최근 주 의회를 통과했으며, 실거주 주택이나 1년 이상 장기 임대용 주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초기 2년간은 뉴욕시가 평가한 자산가치 100만달러 이상 단독주택·콘도 등에 평가액 기준 4~6.5%의 세율을 적용하고, 이후에는 과표를 실거래가에 가까운 시장가치로 전환하는 대신 세율을 0.8~1%대로 낮추는 2단계 구조다. 뉴욕주는 비거주 초고가 세컨드하우스 약 1만채에 연간 5억달러 안팎의 추가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A는 거래세 성격인 멘션세를 통해 초고가 주택 거래를 겨냥하고 있다. 2023년 4월 시행된 이 제도에 따라 LA 시내에서 500만 달러가 넘는 부동산을 팔 때는 거래금액의 4%, 1000만달러 이상은 5.5%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비거주 초고가 세컨드하우스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뉴욕과 달리 LA는 실거주 1주택자라도 거래가격이 기준을 넘으면 고율의 세금을 내는 구조다. 맨션세는 시행 이후 수억 달러 대 세수를 확보했지만 거래 위축과 주택 공급 감소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부동산 납세자 단체들은 오는 11월 주민투표를 통해 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두 도시의 부자 증세가 주목받는 것은 최근 국내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주택도 1주택 나름이고 세제를 손본다면 비거주용과 거주용은 달리 취급해야 공정하다”며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했다고 세금 감면을 해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저가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유지하거나 완화하는 대신 초고가·비거주 주택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율과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한국판 ‘피에다테르 세금’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의 보유세는 전세계 평균과 비교해 대체로 낮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9%다. 미국(2.7%)과 캐나다(2.6%), 프랑스(1.9%)·일본( 1.9%)보다 낮다. 주요7개국(G7) 평균(1.9%)의 절반 수준이다.
보유세 뿐만 아니라 거래 단계의 과세 체계도 손질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비거주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고,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A의 맨션세처럼 초고가 부동산 거래에 추가 부담을 부과하는 해외 사례도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참고 모델로 거론된다. 세정당국도 두 도시의 제도 시행 효과와 한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뉴욕·LA 모델을 국내에 그대로 이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국의 고가 주택은 맨션·타운하우스 중심이고 한국은 초고가 아파트가 대부분인 만큼 주거 문화와 시장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초고가 주택 보유세를 올리더라도 공급이 받쳐주지 않으면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거나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시세보다 30%가량 낮은 가격으로 넘기는 식의 왜곡된 거래가 나타날 수 있다”며 “보유세를 높이더라도 취득·처분 단계의 세 부담은 완화해 출구를 열어주고, 동시에 공급 확대 신호를 함께 보내야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