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은 주택을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특단의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정부의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 실장은 서울 시내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언급해 주목된다. 그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불안을 “2~3년 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고금리 여파에 따른 구조적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영등포·구로 일대 준공업지역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영등포나 구로 등 서울 시내 공업지구의 옛날 단지가 많이 남아 있다”며 “왜 이런 곳에 주택을 짓지 못하느냐고 물었더니 서울에 제조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누가 주가 돼서 (공급 대책) 계획을 세우느냐는 것과도 연결돼 있어서”라며 서울시와 정책 주도권을 두고 이견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실장은 현재의 집값 급등 양상이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 등 진보 정권 시절과 흡사하다는 지적에 대해 “의미 있지만 게으른 관찰”이라며 “구조적인 수급 문제와 거시 매크로(유동성) 환경이 매우 어렵게 조합된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23년과 2024년은 PF 사태와 고금리로 인해 공급 관련 회사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시기”라며 “이 때문에 예년보다 공급 준비가 30~40%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주택 공급이 첫 삽을 뜨고 실제 입주까지 2~3년이 걸리는 만큼 당시의 공급 공백이 2026년 이후 구조적인 공급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반도체 호황과 기업 이익 증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유동성 장세가 형성되면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적 수급 불균형 진단을 토대로 다음 달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해법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여권에 따르면 청와대와 관계 부처는 다음 달 15일께 부동산 시장 전반을 논의하는 공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기존 타운홀미팅과 유사한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에는 교수와 세무 전문가뿐 아니라 맘카페 운영자 및 회원, 부동산 유튜버, 공인중개사,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 다주택자 등 사실상 부동산 시장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초청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정책 발표 이전에 찬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특정 결론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이 다양한 의견을 직접 경청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보유세를 올리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면 그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도 함께 묻고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문가들의 분석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는 현장의 목소리까지 직접 듣겠다는 의미다.
토론회에서는 공급 확대뿐 아니라 세제와 금융 규제, 재건축·재개발, 전세 시장, 실수요자 보호 방안 등 부동산 정책 전반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 말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개편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김 실장도 부동산 세금 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조세를 통해 부동산을 잡겠다기보다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측면에서 조세는 중요한 주제”라며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수백 번씩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세 형평성도 있고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목적도 있다”며 “국책연구기관은 물론 해외 사례까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도 여러 원칙을 제시했다”며 “실소유와 거주를 구분해서 봐야 하고,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달리 봐야 하며, 초고가 주택 문제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실장은 “정말 많은 의견을 들으려고 한다”며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분들, 맘카페(운영자)들까지 포함해 공개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부동산은 사실상 국민 모두가 이해관계자”라며 “부동산 정책은 발표하는 순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란이 큰 쟁점을 놓고 찬반 양측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뒤 방향을 정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숙의’의 일환으로 본다”며 “여론 수렴과 함께 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