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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밖으로 나온 미래 산업 기술…H·E·R·O가 온다

23.06.2026 1분 읽기

인공지능(AI) 다음 무대가 열리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10대 유망 기술은 AI를 전력망과 의료·소재 등 실물 산업으로 확장하는 기반 기술에 무게를 실었다. 표준화된 대량생산이나 치료보다 한 사람, 한 상황에 맞춘 ‘개인화’가 부상하고 생산과 공급은 대형 시설에 묶이지 않고 필요한 곳 가까이로 흩어지는 ‘분산화’가 두드러진다.

WEF는 매년 과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향후 3~5년 안에 사회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혁신 기술 열 가지를 선정해 발표한다. 에너지 전환과 전력 인프라, 핵심 자원 확보와 환경, 바이오 생산과 정밀 의료, 그리고 AI·양자 시대의 기반 기술이다.

서울경제신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겸 연구부총장의 분석을 통해 올해 10대 유망 기술을 네 가지 키워드로 구분해 내용과 의미를 짚어봤다.

Energy- 에너지 전환과 전력 인프라

1. 에브리싱 투 그리드(Everything-to-Grid)

‘에브리싱 투 그리드’는 전기차,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공장, 대형 건물, 데이터센터 등 전기를 쓰는 모든 기기를 전력망의 일부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에너지 전환과 전력 인프라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래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전력망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방향 구조였다. 하지만 에브리싱 투 그리드는 전기가 남을 때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공급해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가 동시에 생산자가 되는 ‘프로슈머’ 시대를 여는 기술로 평가된다.

2. 수동형 복사냉각(Passive Radiative Cooling Materials)

최근 세계적인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해 전력 소비가 증가했다. 수동형 복사냉각 기술 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표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다. 태양광을 대부분 반사하는 동시에 표면의 열을 특정 파장의 적외선으로 우주 공간에 내보내 건물과 설비의 온도를 낮출 수 있어 향후 건축 및 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Resources- 핵심자원 확보와 환경정화

3. 직접 리튬 추출 기술(Direct Lithium Extraction)

직접 리튬 추출 기술은 특수 흡착제나 막 분리 기술을 이용해 염수 속 리튬 이온만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리튬을 생산할 때 염수를 거대한 증발지에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노출시켜 물을 증발시킨 후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되며 환경에 큰 영향을 준다. 직접 리튬 추출 기술은 리튬 추출의 시간을 줄여줄 뿐 아니라 회수율도 90%에 달해 효율적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지열발전소 염수, 석유 생산 과정의 폐수, 심지어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에서도 리튬 회수가 가능해 특정 국가와 지역에 집중된 리튬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

4. PFAS 분해 기술

과불화화합물(PFAS)은 자연 상태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고 환경에 축적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오염된 물에서 PFAS를 단순히 다른 장소로 옮기는 방식으로 제거했지만 최근에는 초임계수 산화, 전기화학 분해, 광촉매 기술 등을 이용해 PFAS 분자를 완전히 분해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PFAS 분해 기술이 상용화되면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 정화는 물론 산업 폐수 처리에도 활용될 수 있어 환경 산업의 핵심 분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Healthcare- 바이오 생산과 정밀의료

고령화와 난치성 질환 증가로 환자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이 커지고 식량·의약품 생산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바이오 생산과 정밀 의료가 미래 기술 경쟁의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5. 정밀 발효(Precision Fermentation)

정밀 발효는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이나 화합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미생물을 초소형 공장처럼 활용해 우유 단백질, 계란 단백질, 의약품, 화장품 원료, 산업용 화학물질 등을 만들 수 있다. 식량 생산에 필요한 토지와 물 사용량을 줄이고 가축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도 낮출 수 있어 미래 바이오경제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6. 엑소좀 기반 약물 전달(Exosome Drug Delivery)

엑소좀 기반 약물 전달 기술은 세포가 자연적으로 분비하는 나노 크기의 소포체를 치료제 운반체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원하는 세포나 조직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고 특히 혈뇌 장벽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어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뇌종양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7.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Personalized mRNA Cancer Vaccines)

개인 맞춤형 메신저리보핵산(mRNA) 암 백신은 환자의 종양 세포를 분석해 해당 환자의 암세포에만 있는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면역계가 이를 인식하도록 훈련시키는 기술이다. 암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같은 약을 쓰는 방식에서 환자별 맞춤 치료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ptimization – AI 양자 시대 기반 기술 최적화

8. 신약 개발을 위한 양자 시뮬레이션 (Quantum Simulation for Drug Discovery)

신약 개발을 위한 양자 시뮬레이션은 AI·양자 시대 기반 기술로 이름을 올렸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조 원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분자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후보 물질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실패한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계산이 어려웠던 복잡한 분자 구조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서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에 더 큰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9. 월드모델(World models)

월드모델은 AI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물리 세계의 작동 원리를 학습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공간·시간·인과관계 등을 이해한 AI는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가상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 로봇, 제조 공정 자동화, 기후 예측, 과학 연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10. 격자 기반 암호기술(Lattice-Based Cryptography)

격자기반 암호기술은 양자컴퓨터 시대에도 안전한 보안 체계를 구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양자내성암호 기술이다. 인터넷 보안의 핵심은 공개 키 암호 체계에 기반하지만 미래의 양자컴퓨터는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암호를 짧은 시간 안에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격자 기반 암호는 고차원 수학 구조인 격자를 활용해 암호를 생성하기 때문에 금융·국방·의료·통신·클라우드 등 디지털 인프라 전반에서 필수 기술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는 이미 차세대 암호 표준으로 격자 기반 암호를 채택했다.

“올해의 10대 기술은 AI 확장 생태계가 주축”

이상엽 특훈교수는 올해 선정된 10대 기술에 대해 “기술이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으며 생산과 공급은 분산화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표준화된 대량생산이나 치료보다 한 사람, 한 상황, 한 조건에 맞춘 개인화 기술이 부상하고 생산과 공급은 특정 지역이나 대형 시설에 묶이지 않고 분산돼 필요한 곳 가까이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방식은 더 적은 것으로 많은 효과를 내는 ‘자원 효율성’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과학 연구 방식이 실험실에서 모델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AI가 후보 약물이 표적에 결합할지 예측하고 환자 종양 돌연변이를 분석하며 발효조에 넣기 전 생물학적 경로를 설계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너무 어렵거나 비용이 커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질병, 분자 표적, 산업 공정까지 도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결국 올해 10대 기술은 ‘더 강한 AI’ 자체보다 AI와 전기화·바이오·양자 시대를 실제 산업과 사회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으로 굴러가게 할 기반 기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경쟁은 특정 제품 하나를 누가 먼저 만드느냐를 넘어 전력망·자원·환경·의료·보안 인프라를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의 싸움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도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대체 불가 기술, 산업, 제품, 서비스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표준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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