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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보 베팅, 누군가 봤더니 구글러·군인·정치인…도박판 전락에 美 발칵

22.06.2026 1분 읽기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내부 정보로 폴리마켓에서 거액을 챙겼다가 기소된 서른여섯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미켈레 스파뉴올로가 화제다. 구글에서 정보 보안을 담당했던 그는 극소수만 접근할 수 있는 비공개 검색 데이터를 빼내 폴리마켓에서 120만 달러(18억 2000만 원)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폴리마켓은 칼시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성행하는 가상자산 기반 미래 예측 베팅 플랫폼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스파뉴올로는 폴리마켓에서 ‘알파라쿤’이라는 계정명으로 지난해 10∼12월 구글의 ‘올해의 검색어’ 결과 관련 베팅 25건에 약 270만 달러를 걸었다. 그가 활용한 비공개 데이터에는 가장 많이 검색된 인물로 팝스타 켄드릭 라마와 d4vd를 포함했는데, 두 사람 모두 실제로 5위 안에 포함됐다. 그는 d4vd가 올해 가장 많이 검색된 인물 순위에 오를 것이라며 381.12달러를 걸었다. 당시 d4vd가 높은 순위에 오를 확률은 거의 0%였다.

의문점은 이탈리아 최대 공과대학인 밀라노 공대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 과정을 밟았고 꿈의 직장인 구글에서 고연봉 엔지니어로 10년 넘게 일한 그가 왜 내부 정보에까지 접근해가며 베팅했는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구글 직원 보상 패키지에는 일반적으로 상당한 주식이 포함되고 주가가 올라가면 주식 가치는 급여를 뛰어넘는다. 그가 2014년 구글에 입사했을 당시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30달러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37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AI 기반 보상 데이터 분석 업체인 페이브(Pave)의 맷 슐만 최고경영자(CEO)는 스파뉴올로 정도의 구글 정보 보안 엔지니어는 기본 급여와 주식 보상을 합쳐 연간 수십만 달러 이상을 벌 수 있다며 연봉 상한은 약 124만 달러로 상당 부분이 주식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공소장에도 스파뉴올로의 정확한 범행 동기가 나와 있지 않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인공지능(AI) 붐이 사행성 행위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개발사 출신의 한 스타트업 CEO는 “고액 연봉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에서까지 폴리마켓이나 칼시가 성업하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붐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AI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받으면 그 돈이 개발자에게 가고, 개발자들은 그 돈으로 베팅을 한다. 처음에는 월급으로 재미 삼아 하다가 빠져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러의 범행이 드러나기 전부터 이미 폴리마켓과 칼시는 미국 사회에서 골칫거리가 됐다. 지난 4월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의 축출 작전 정보를 이용해 폴리마켓에서 약 4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혐의로 미군이 체포됐다. 미군 특수부대원 개넌 켄 밴 다이크는 미군이 지난 1월 초유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에 관여하면서 알게 된 정보로 베팅했다. CFTC가 자신이 출마한 선거구 결과에 베팅한 하원의원 후보 3명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계정을 정지하기도 했다. 미래 예측 베팅이 공직 사회에까지 만연해 있다는 뜻이다.

당국은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에 이란 발전소 공격 보류 방침을 밝히기 직전 석유 선물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것을 두고도 내부자 베팅을 의심하고 있다. 플랫폼 내부 조사팀은 미군 배우자들이 미공개 군사 정보를 이용해 예측시장에 베팅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두 플랫폼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광범위한 주제로 베팅이 이뤄진다. 주로 스포츠 경기나 선거 결과를 예측하지만 이번주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노래가 무엇인지, 인기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뉴욕에서 결혼식을 올릴지, 오라클 경영진이 실적 발표에서 AI 단어를 50번 이상 언급할지, 미국이 이란과 종전 합의 문서에 서명할지를 놓고 ‘예’ ‘아니오’로 베팅하기도 한다.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아르테미스에 따르면 두 플랫폼 거래 규모는 지난달 290억 달러를 넘어섰다. 1년 전 20억 달러에서 15배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아무리 주 정부가 도박을 엄격하게 관리하더라도 미래 예측 시장은 도박이 아닌 상품 선물 거래로 분류돼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 예측은 선물 시장에서 석유나 금속을 거래하는 행위처럼 취급하기 때문에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관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CFTC가 예측시장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유지하고 시장이 번창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내 리더십 아래 각 주에서 따를 만한 규칙을 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마켓 본사가 미국 밖에 있어 수사 당국이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인 접근을 차단하더라도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 접속하면 규제가 어렵다. 법무부가 내부자 거래법, 자금세탁 방지법, 시장 조작 금지법, 각종 사기 방지법 등을 적용하려 하지만 이러한 구조 때문에 쉽지 않다. 폴리마켓은 2022년 CFTC 제재로 영업정지를 당했다가 3년 뒤인 2025년 당국 승인을 받고 앱만 미국에서 출시하는 방식으로 재진입했다.

정치권에서조차 미래 예측 도박이 퍼져나가자 미국 상원은 의원과 보좌진이 선거 예측 시장에 베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미 하원은 현직 연방 의원은 물론 전직 의원과 후보자까지 선거와 정치 관련 베팅을 금지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CFTC는 지난 10일 예측 시장 산업에 대한 연방 정부 감독을 강화하는 규제 초안을 마련했다. 칼시는 내부자 정보가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 이용자가 베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직장 정보 제출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강화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측 시장 플랫폼 기업과 게임 업체들이 전방 로비 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백악관 앞에서 열린 종합격투기(UFC) 경기장에는 크립토닷컴·폴리마켓 로고가 등장할 만큼 워싱턴 정가와 가상자산 업계가 밀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칼시와 폴리마켓 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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