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이후 새 단체장을 맞이한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 그동안 추진되던 역점 사업들이 잇따라 재검토되고 있다. 신임 단체장의 정치적 성향과 공약에 따라 전임자가 추진해 온 수천억 원대 대형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수정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양상이다. 각 지자체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단계에서부터 이른바 ‘정책 지우기’와 ‘사업 U턴’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21일 전국 주요 지자체에 따르면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은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인프라 사업 전반에 제동을 걸었다. 총사업비 3814억 원 규모의 도시철도(트램) 1호선에 대해 “연간 최대 1000억 원에 달하는 운영 적자를 시 재정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추진을 잠정 보류했고,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2호선 우선 추진을 지시했다. 5000억 원 규모의 공연장 건립 사업 역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대신 폐선 노선 복구, 버스중앙차로제 도입, 공공성 강화를 위한 ‘울산버스공사’ 설립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대중교통 개편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도 시정 방향이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전임 시정이 추진해 온 ‘프랑스 퐁피두 현대미술관 분관’ 유치 사업을 수천억 원 규모의 전시성 사업으로 규정하고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당 예산은 영세 화물차주 유류비 지원, 소상공인 에너지 바우처 지급 등 ‘민생 100일 비상조치’ 재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기초지자체인 부산 북구 역시 신청사 건립 과정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근저당권 설정과 관련해 발생한 22억 원 규모의 혈세 낭비 경위를 전면 재검증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포뮬러원(F1) 인천 그랑프리 유치 사업의 수익성 지수(PI)가 0.87에 그치는 등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비 지원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전면 백지화까지 검토하고 있다. 인천 원도심인 중구·동구 일대를 해양문화·관광·상업 기능이 결합된 복합 도시로 재편하는 18조 8000억 원 규모의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민간 투자 의존도가 높고 수익성 및 재원 조달 계획의 불확실성이 지적되면서 인수위는 전반적인 사업 타당성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자격 기준 논란이 제기된 ‘천원주택’ 사업도 부실 기획 사례로 지목돼 재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대전시는 재정 부담을 근거로 기존 사업 축소 또는 폐기를 검토 중이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은 세입 부족과 지방채 증가를 언급하며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의 재정 압박 가능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연간 110억 원 적자를 기록 중인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과 40억 원이 투입되는 ‘0시 축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구시에서는 도시철도 4호선(엑스코선) 차량 시스템 변경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임 시정에서 자동안내주행차량(AGT) 방식으로 결정됐으나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모노레일 전환을 공약함에 따라 착공 일정이 잠정 연기된 상태다.
민선 8기에서 중단됐던 사업이 단체장 교체로 재추진되는 사례도 있다. 민경선 경기 고양시장 당선인은 이전 시정에서 백석동으로 변경한 신청사 건립 계획을 당초 원안이었던 주교동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청사 정상화 TF’를 구성하고 인수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다만 개발제한구역(GB) 해제와 경기도 투자심사 재추진 등 행정적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추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단체장 교체에 따른 정책 기조 변화로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사업 재편이 예상되면서 그동안 투입된 행정력과 매몰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선거 과정에서 중단이나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민심을 반영한 결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