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기업들의 달러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달러 예금 급증이 원화 약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는데 중소기업이나 수입 업체를 중심으로는 달러 수요가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달러 대출 잔액은 18일 기준 70억 3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기업의 달러 대출 잔액은 1월 말 6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최근 약 3개월간 5억 달러가량 불어났다.
달러 대출 증가세는 최근 고환율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평균 1521.4원을 기록했다. 월별 평균 환율로 봤을 때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대출은 대부분 수출입 기업의 무역금융이나 해외 사업 자금 수요와 관련돼 있다. 개인의 외화 대출은 제한적인 만큼 최근 달러 대출 증가 역시 기업들의 달러 자금 수요 확대를 반영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 2월 수출기업에 대한 국내 운전자금용 외화 대출이 허용되면서 기업들의 외화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됐다”며 “최근 달러 대출 증가에는 이 같은 규제 완화 효과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달러 보유 역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본다. NH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 기준 법인의 달러 예금은 3월 말 기준 591억 600만 달러에서 지난달 말 636억 9500만 달러로 45억 8900만 달러 증가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달러 예금은 유지하면서 해외 투자나 원자재 결제 등 필요한 자금은 외화 대출로 조달하는 등 외화 유동성을 관리하는 모습”이라며 “대기업·수출기업과 수입 업체 사이의 상황도 양극화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