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검사, 경찰의 부당한 법 적용을 처벌하는 법왜곡죄가 도입 100일 만에 판·검사, 경찰 피의자만 5800명을 넘어섰다. 정치권은 사법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법왜곡죄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수사나 판결에 불복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민감 사건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요 수사 부서를 피하는 검사들과, 형사법관을 기피하는 판사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달 6일 기준 경찰청에 접수된 법왜곡죄 사건 피의자는 5805명, 사건 수만 327건에 달한다. 경찰은 이날까지 접수된 사건 중 78건을 불송치 및 각하 결정했다. 현재 244건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왜곡죄로 고발된 피의자 중 경찰이 1566명(27%)이다. 검사와 법관은 각각 376명(6.5%), 242명(4.2%)로 그 뒤를 이었다. 검찰 수사관과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157명으로 2.7%를 기록했다.
이달 15일 기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왜곡죄 혐의로 입건한 사건은 69건으로 공수처는 이 중 10건을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했다. 10건은 불기소 처분했고, 49건에 대해서 수사를 하고 있다.
법왜곡죄는 지난 3월 12일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법관·검사·사법경찰관 등이 법을 왜곡해 적용하거나 증거 인멸·조작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법왜곡죄가 시행되자마자 정치적 사건에 휘말린 법관과 검사들이 잇달아 고소·고발의 대상이 됐다. 첫 피고발인은 조희대 대법원장이다. 지난해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가 나온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낸 지귀연 판사도 고발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 ‘연어술파티’ 의혹을 제기한 박상용 검사 역시 고발됐다.
법왜곡죄 도입 취지는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공격 수단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왜곡죄 사건 대부분이 형사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나 형사 법관, 사법경찰관이 대상이다 보니 수사 검사·형사 법관 기피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 사법부 한 관계자는 “내년 법관 인사에서 형사부 법관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공무원 육아휴직이 만 12세(6학년) 자녀까지 확대되면서 형사부 법관 자리를 피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쓰는 일도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실제 형사사건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고, 형사법관 부족으로 2020년 1심 형사합의부 평균 처리 기간도 176일에서 지난해 206일로 늘어났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왜곡죄 조항이 추상적이라 법관 입장에서는 양심에 따라 심리해도 언제 어디서 고발장이 날아올지 모른다”며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형사재판부를 반길 법관은 많이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