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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도 논문도 ‘숫자 경쟁’인 韓대학…효율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19.06.2026 1분 읽기

인공지능(AI) 등장으로 역할론에 물음표가 제기되는 각 대학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과 연계된 계약학과나 방산 등에 특화된 특수학과를 신설하며 인재 유치 및 수익 창출에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이 같은 산학협력은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에 발맞춰 지역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부산대는 LG전자와 손잡고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인 ‘스마트가전공학과’를 내년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며 올해 국내 최초로 ‘첨단방위산업학과’를 신설한 전북대는 현대로템 등과 손잡고 관련 인재 양성에 나선다.

문제는 산학협력 분야에서 교수의 기업체 겸직이 활발해지고 참여 기업 수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등 외양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사업을 통한 수익성은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기술 이전 수에 비해 교원 1인당 기술이전료 수입이 감소하고 있어 이제 산학협력과 관련한 ‘몸집 키우기’ 경쟁에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내실화 경쟁으로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연구 현장에서는 논문 발간 개수를 중심으로 업적으로 평가하는 관행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학협력을 담당하는 교수들은 산업현장 수요에 맞춤한 기술 연구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교수 평가 시 기술이전이나 창업 같은 사업역량 부문의 배점도 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19일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기술이전계약 건수는 2022년 5287건에서 이듬해 5966건으로 1년 새 13%가량 늘어난 반면 관련 매출은 1419억원에서 1078억원으로 24%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분야 전임교원 1인당 기술이전료 또한 기존 29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줄었다. 2024년에는 기술이전 수입이 1296억원으로 반등했지만 기술이전 1건당 수익은 2022년 2683만원에서 2024년 2198만원으로 감소하는 등 기술이전의 수익성은 떨어지는 모습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수치는 대학의 기술이전 및 기술사업화 수준이 산업계 요구보다 낮다는 방증”이라며 “무엇보다 대학의 지식재산과 같은 연구 성과가 산업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국내 대학의 총연구개발비 대비 기술이전에 따른 수익 지표 또한 여타 선진국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 분석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연구개발 투자 회수율은 2024년 기준 1.62%에 불과하다.

반면 기술이전전문가협회(AUTM) 분석 결과 미국 대학은 연구개발비 투자액 1040억달러 중 36억 달러 규모를 기술수입료로 회수한다. 미국 대학의 투자비 회수율이 한국보다 2배 이상 높은 3.5% 수준인 셈이다. 제조업 생태계가 우리나라보다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영국 또한 특허전문기업 마우처젠킨스 분석 결과 투자 회수율이 2.1%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배기수 충북대 융합기술경영혁신센터 교수는 “산학협력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지역의 산업 집적 수준이나 지자체의 재정역량을 반영한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무엇보다 민간 연구비 유치를 통한 수요 맞춤형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육부의 ‘라이즈’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산학연협력활성화 지원’, 산업통상부의 ‘산학융합지구조성사업’ 등 정부의 산학협력 지원책이 쏟아져 나오며 산학협력 규모만큼은 확대 중이다. 특히 교육부가 5년간 4조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서울대 10개 만들기)’이 올 하반기 본격화될 예정이라 산학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실제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0년 4397명이었던 산업체 활동 대학 교원 수는 2024년 7307명으로 껑충 뛰었으며 대학 계약학과 등 산학협력 분야에 참여하는 기업 수도 같은 기간 8746개에서 1만1658개로 늘었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사업 지원책이 꾸준히 나오는 만큼 해당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가 형성될 경우 수익률 등에서 일종의 ‘티핑포인트’를 돌파해 사업 성과 또한 높아질 것”며 “현재는 지역대학들이 지역기업과의 협업을 중심으로 기술이전 사례가 늘고 있지만 향후에는 해외 기술 수출 등으로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와 함께 대학 자체의 연구 분야 또한 평가지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논문 수 위주의 연구역량 프로그램 또한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교수 1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가량인 60명이 논문 수가 연구 관련 평가의 중점 요소라고 답했다.

이 같은 논문 발간 개수에 치중하는 한국 대학의 관행은 국제 논문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 과학기술연구센터(CWTS)에서 매년 발표하는 논문 기반 세계 대학 순위에서 한국 대학은 논문 수 기준으로 서울대(21위), 연세대(60위), 성균관대(92위), 고려대(103위) 등이 비교적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상위 10%에 드는 논문 기준으로 순위를 매길 경우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실제 서울대는 74위로 순위가 53계단 하락했으며 연세대(122위), 성균관대(199위), 고려대(209위) 등도 순위가 급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외에도 글로벌 논문지표에 집착하는 중국 대학에서도 나타났다. 실제 중국 대학은 논문 수 기준 상위 20개 대학 중 무려 16개를 차지했지만, 상위 10% 논문 기준으로는 13개 대학만 이름을 올렸다.

반면 전통의 서양 명문대 지표는 달랐다. 미국 하버드대는 논문 수 기준으로 3위였지만 상위 10% 논문 기준으로는 7003포인트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또 미국 스탠퍼드대(26위→8위)를 비롯해 영국 옥스퍼드대(29위→15위), 케임브리지대(49위→32위) 등 글로벌 명문대학들은 논문의 양보다는 질로 경쟁하는 모습이었다. 산학협력을 담당하는 한 수도권 대학 교수는 “교수 평가제도에서 논문 개수 중심의 구조를 탈피하는 한편 각 대학의 기술사업화 전문인력을 확충해 관련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무엇보다 기업 수요형 공동연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기업과 대학이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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