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수년간 이어진 적자 구조를 털어내고 재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공개(IPO) 재도전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을 통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기업가치도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컬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4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42억 원으로 같은 기간 13배 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재무 안정성도 개선됐다. 컬리는 지난해 1분기 이자보상배율 0.23배로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을 충당하지 못했지만, 올해 1분기는 이자보상배율이 3.31배로 뛰었다. 영업이익이 성장한 가운데 금융비용은 같은 기간 77억 원에서 73억 원으로 줄어든 결과다. 특히 금융비용 대부분이 리스부채 이자(66억 원), 금융기관 이자(7억 원)로 구성돼 실질적인 이자 부담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재고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716억 원으로 지난해 말(689억 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총 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8.4%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오히려 재고자산회전율은 24.4회로 전년(23.1회) 대비 높아졌다. 컬리는 지난해 평균 약 16일 만에 재고를 소진한 반면 올해는 약 15일로 하루가량 단축하며 재고 관리 효율을 높였다.
다만 유동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남아 있다. 컬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95%다.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4216억 원)보다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4438억 원)가 더 많다. e커머스 업계 특성상 매입채무(2776억 원)가 유동부채로 크게 잡힌 결과다. 부채비율도 약 747%로 높은 수준이다. 전체 부채 중 약 44%인 3326억 원이 물류센터·배송 인프라 임차에 따른 리스부채로 회계처리됐다.
현재 컬리는 물류센터를 직접 매입하기보다 리스 방식으로 운영하며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컬리는 “통상 리스 의존도가 높은 물류 집약형 e커머스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컬리의 기업가치가 최근 약 2조 8000억 원으로 책정된 이유도 이러한 재무 구조 개선과 물류 운영 효율화, 미래 현금창출능력 등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컬리는 네이버에 33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약 2조 8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5년 전 프리 IPO 당시 기록했던 몸값(약 4조 원)에는 못 미치지만, 수익 구조를 재정비하며 밸류에이션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때 철회했던 IPO에도 다시 추진력이 생길 전망이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된 지배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 등 경영권 안정성을 핵심 기준으로 보는데,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7%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네이버의 지분율이 최근 유상증자로 기존 5.08%에서 6.19%까지 확대되면서, 김 대표와 네이버의 합산 지분율은 약 11.9%로 높아졌다. 네이버는 컬리와 커머스·물류 부문에서 협력을 하고 있는 우군으로 분류되는데 합산 지분율은 단일 최대주주 앵커PE(MKG Asia Ltd.)의 지분 13.44%와 견줄만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컬리는 최근 AI 솔루션 기업 원지랩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소규모 주식교환을 결정했다. AI 기술을 도입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중장기적으로 비용 구조를 개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컬리가 향후 IPO 재도전 시 중장기 성장성을 입증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슬아 컬리 대표는 “원지랩스 인수를 통해 인공지능 전환(AX) 시너지를 높이고 독자적인 AI 기술력을 빠르게 내재화할 계획”이라며 “커머스와 AI 기술을 결합해 e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에서도 컬리의 IPO 재도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컬리는 거래액 증가에 따른 매입가 협상력 개선, 물류센터 가동률 상승, 배송 효율화, 포장비 부담 완화 등이 맞물리며 성장형 흑자 구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라며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전략적 투자자인 네이버가 우군으로 참여한 점은 상장 추진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