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의 장기 상승세가 지속되며 귀금속 관련 소비자 피해가 최근 5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노후자금과 은퇴자산을 활용해 금 투자에 나선 중장년층을 겨냥한 사기 의심 거래가 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귀금속·보석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21년 2551건에서 지난해 3826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피해 구제 건수도 169건에서 486건으로 약 3배 늘어났다. 상담과 피해 구제 건수 모두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요 피해자는 은퇴자산 등을 통해 노후 대비를 해보려는 중장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50대 피해 구제 건수는 2021년 13건에서 지난해 69건으로 5배 이상 늘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50대 소비자 상담 건수도 390건에서 726건으로 증가했다.
이달 3일 불거진 서울 종로구 금은방 대표 잠적 의혹은 귀금속 투자 피해가 늘어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은 110건을 넘어섰고 피해자들이 참여한 오픈채팅방 인원도 약 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금은방 대표 이 모 씨는 “선착순 특가 물량이 있다” “협회를 통해서만 가능한 거래 방식”이라고 홍보하며 고객들을 모집했다. 거래 초기에는 실제 금을 지급하고 계약서도 작성하며 신뢰를 쌓은 뒤 거래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고객이 금을 맡기면 일정 대여비를 지급하는 방식의 거래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50대 피해자 A 씨는 금 810돈과 현금 3000만 원 등 총 7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며 5일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말 금 투자를 시작한 A 씨는 이 씨가 시세보다 한 돈당 1만 원가량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거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초기 몇 차례는 약속한 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며 “오랫동안 거래가 이어지다 보니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A 씨와 같은 날 고소장을 접수한 또 다른 피해자 B 씨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지던 지난해 말 재테크 목적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B 씨는 “당시에는 뉴스만 틀면 금 투자 열풍을 다루던 시기였다”며 “대표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특별 물량이라고 설명해 140돈가량을 주문했지만 결국 한 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는 배경으로 오랜 기간 쌓인 신뢰를 악용하는 거래 관행을 꼽는다. 이 씨의 매장이 입점해 있던 종로의 한 귀금속 상가 관계자는 “금을 찾는 고객 중에는 노후자금이나 은퇴 자산을 운용하려는 50~60대가 많다”며 “금값이 오를 때마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소비자 보호 장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금은 등 귀금속과 골드바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귀금속 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인 만큼 소비자 보호 체계를 재정비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