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전격 도입하기로 한 팰런티어 인공지능(AI)은 보험사기 적발에 최적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보험사 AIG는 팰런티어 AI를 도입한 결과 과거 2~3주가 걸리던 청약 심사를 단 하루로 단축했다. 계약 체결률도 15%에서 20%까지 높아졌다. 일본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솜포(SOMPO) 재팬도 팰런티어 AI로 보험금 청구 절차 등을 관리한 결과 연간 1000만 달러 규모의 재무 성과를 내고 있다. 팰런티어 AI는 판매가 저조한 상품의 부진 원인도 분석해 대안을 제시한다.
최근 멕시코 최대 보험회사인 GNP 세구로스도 팰런티어의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를 전 사업 부문에 도입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 일부 부문에서 시범 도입했다가 비용 절감 등 효과를 확인하고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GNP 세구로스는 생명·손해 보험은 물론이고 인수 심사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모든 데이터를 팰런티어 온톨로지(Ontology)로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이에 AI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사기 탐지 위험을 모니터링하면서 보험 인수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팰런티어 AIP는 생성형 AI와 데이터를 결합한 모델로 정부·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팰런티어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 관리하는 온톨로지인데 반년 이상 걸리던 구축 시간을 AIP로 단 며칠 이내로 단축했다. 온톨로지 기술은 보험사기는 물론이고 시세조종·내부자거래 등 증권 범죄, 입찰 담합, 분식 회계 등 금융업 전반의 사기 범죄를 탐지하는 데 특화돼 있다. 단순히 데이터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신속한 의사결정까지 돕는 것이 팰런티어가 가진 강점이다.
메리츠화재에서도 비슷한 성과가 입증됐다. 기본적으로 보험사기 적발을 넘어 영업과 내부 경영 판단에도 효용성이 높다는 게 메리츠 측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신계약이 부진한 이유를 회사의 각종 데이터 및 실적과 함께 입력하면 문제가 있는 항목과 대상을 족집게처럼 짚어 낸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신계약이 부진한 이유를 팰런티어 AI에 물으면 어느 부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지목해 알려준다”며 “2~3주가량 걸리던 일을 10~15분 만에 해내 관계자들이 놀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보험 업계에서는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보험사기가 급증하는 만큼 국내 보험사의 AI 활용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규모만 1조 1571억 원으로 적발되지 않은 잠재적 사기까지 합산하면 연간 9조 원으로 추정된다. 2022년(1조 818억 원)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한 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로 민원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보험사의 업무 처리 시간도 최소 1.5배 늘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정확한 정보가 아닌 거짓 판례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선 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국내 보험사들도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AI가 블랙박스 사고 영상을 자동 분석하는 ‘과실판정 시스템’을 선보였다. 최근 20개월 동안 AI를 통해 사고 7만 건을 학습해 평균 정확도를 92.4%까지 높였다. iM라이프도 보험금 지급 심사 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한 보험사기탐지시스템(FDS)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 역시 AI 기술을 통해 계약 자동 심사 후 보험금 지급까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AI가 자동 심사 대상을 판단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를 체계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화재도 AI가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자동 분석해 수술 급여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팰런티어 AI를 활용하는 메리츠화재와 자체 개발 AI 기술을 쓰는 국내 보험사 간의 효율성 격차는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 당국이 금융사의 팰런티어 AI 활용을 허용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팰런티어 AI를 전격 도입하려면 망 분리 규제 완화 대상으로 선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