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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도, 대체되는 것도 아니야”…‘토이 스토리 5’가 건네는 응원과 위로

17.06.2026 1분 읽기

“사라지는 것도, 대체되는 것도 아니야. 더 많은 선택지 속에서 각자의 가치를 찾아갈 뿐.”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해 온 픽사의 대표 프랜차이즈 ‘토이 스토리’가 7년 만에 돌아왔다. 다섯 번째 이야기인 ‘토이 스토리 5’는 장난감이 태블릿에 자리를 내주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를 단순한 상실의 이야기로 그리지 않는다. 영화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저마다의 역할과 가치를 지켜나가는 존재들에 주목하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자신만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영화는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가 일상이 된 아이들의 방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의 관심은 더 이상 장난감에만 머물지 않는다. 보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우디와 버즈, 제시는 어느새 방 한구석으로 밀려난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우디는 ‘할아버지’라 불리고, 버즈는 최신 모델 장난감들에게 ‘시조’ 취급을 받는다. 얼핏 보면 장난감이 디지털 기기에 밀려나는 슬픈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시선은 의외로 담담하고 따뜻하고 경쾌하다.

특히 영화는 장난감과 디지털 기기를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로 나누지 않는다. 태블릿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빼앗는 적이 아니다. 릴리패드 역시 보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존재로 그려진다. 장난감이 쓸모를 다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세상에 새로운 선택지가 더해졌을 뿐이라는 시선은 영화가 품고 있는 따뜻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물론 장난감만의 고유한 가치는 분명하다. 태블릿이 정보와 자극의 세계를 넓혀주는 도구라면, 장난감은 아이의 품 안에서 상상력과 감정을 함께 키워가는 아날로그적 감성의 친구다. 디지털 기기가 대신할 수 없는 손때 묻은 온기와 교감은 결국 아픔과 위로, 그리고 성장을 이끄는 힘이 된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 5’가 건네는 메시지는 아이들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 우리의 모든 일상을 바꾸고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대, 우리는 언젠가 우리의 가치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살아간다. 어른들도 더 젊고 더 새롭고 효율적인 존재가 우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간다.

그래서 영화 속 우디와 버즈, 제시가 마주한 위기는 그래서 장난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언젠가 자신의 역할과 자리가 사라질까 불안한 이들에게 영화는 다정하고 담백한 위로를 건넨다.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준다고 해서 존재의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더 이상 중심에 서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역할과 가치를 찾아가며 살아갈 수 있다고. 작품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대체가 아니라 공존이고, 상실이 아니라 변화인 것이다.

영화는 파스텔 톤으로 구현된 상상의 세계를 통해 인형 하나만으로도 하루를 채우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한다. 더 이상 자신을 찾지 않는 보니를 바라보는 장난감들의 모습은 익숙했던 것들과 조금씩 멀어지는 순간의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작품은 누구나 겪는 성장의 시간을 통해 변화가 곧 상실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톰 행크스가 “시리즈 중 가장 슬픈 장면이 나온다”고 예고했던 장면에서 실제로 눈물이 왈칵 터지고 만다. 하지만 그 눈물은 단순한 이별의 슬픔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운 자리를 찾아간다.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당연한 진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성장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일깨운다.

만남의 설렘과 헤어짐의 아쉬움,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성장의 기쁨. ‘토이 스토리 5’는 그 수많은 순간들을 지나며 우리가 조금씩 어른이 되어왔음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성장해 온 시리즈가 건네는 성장 서사에 가깝다. 1995년 1편을 보며 자라난 아이들이 어느덧 부모가 되어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이자, 함께한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위로다.

영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곁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장난감일 수도, 어린 시절의 기억일 수도, 한때 가장 소중했던 누군가와의 추억일 수도 있다. 어쩌면 변화의 속도에 뒤처질까 두려워했던 우리의 존재 가치일 수도 있다. 시간은 앞으로 흘러가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형태는 달라지고 자리는 바뀌어도 그 시간들은 우리 안에 쌓여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7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5’는 오랜 팬들에게 건네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변화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언젠가 자신의 자리가 사라질까 불안한 사람들에게 조용히 위로를 건넨다. 사라지는 것도, 대체되는 것도 아니라고. 우리는 그저 더 많은 선택지 속에서 각자의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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