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아파트를 지을 때 붙는 교육 관련 준조세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학교용지부담금 얘기다. 한때 학교 신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주택 공급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6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용지부담금 징수액은 3404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3064억 원보다 340억 원 늘어난 규모다. 학교용지부담금은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을 분양할 때 분양가격의 0.4%를 부과해 학교용지 확보 재원으로 쓰는 제도다. 법적으로는 개발사업자가 내지만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사업비에 반영될 수 있어 최종적으로 수분양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징수액 증가는 재개발·분양사업 확대 영향이 컸다. 기획예산처는 서울·부산·대전·경남 등에서 주택 개발사업이 늘며 부담금이 2024년보다 779억 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천·울산·경기·경북 등에서는 분양 물량 감소로 456억 원 줄었다. 감소분보다 증가분이 더 컸던 셈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은 2024년 한 차례 폐지 대상에 올랐다. 정부는 부담금 정비 과정에서 학교용지부담금을 폐지 대상으로 분류했다. 당시 교육부는 이 부담금이 없어질 경우 4억 5000만 원 기준 공동주택 분양가가 약 360만 원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학교 신설 재원 공백 우려가 제기됐고, 폐지는 무산됐다. 대신 부과 대상은 100세대 이상에서 300세대 이상으로, 요율은 분양가격의 0.8%에서 0.4%로 낮아졌다.
문제는 학교용지부담금 논란이 단순한 교육재정 문제가 아니라 주택 공급 비용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인건비가 동시에 오른 상황에서 개발사업에 붙는 각종 부담금은 시행사와 조합의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학교용지부담금도 이 같은 비용 항목 중 하나다. 교육재정 명분의 준조세가 붙으면 분양가를 낮추기도,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도 어려워진다.
학교용지부담금 제도는 주택 개발이 빠르게 늘고 학생 수도 증가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대규모 택지 개발과 신도시 조성으로 학교 신설 수요가 급증하자 개발사업자에게 학교용지 확보 재원을 일부 부담시키자는 취지였다. 과밀학급 해소와 학교 공급 확대가 시급했던 성장기에는 제도 도입 명분이 컸다. 하지만 저출생이 고착화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학령인구 감소세는 장기 전망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21세 학령인구는 2022년 750만 명에서 2040년 413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학생 수가 장기간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택 개발사업마다 일률적으로 학교용지 확보 재원을 부담시키는 방식의 명분도 약해지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는 부담금이 사업 추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비사업은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부담, 조합원 분담금 문제에 민감하다. 여기에 교육·교통·환경 관련 부담금까지 더해지면 사업성이 낮아지고 인허가 이후에도 착공과 분양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부담금 하나하나는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누적 비용이 문제다.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고 금리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는 작은 비용 요인도 사업성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학교용지부담금처럼 개발 단계마다 붙는 준조세가 그대로 유지되면 공급 확대 대책의 체감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학교용지부담금 규모도 다시 커지고 있다. 징수액은 2022년 2737억 원에서 2023년 2208억 원으로 줄었지만 2024년 3064억 원, 2025년 3404억 원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시장은 수도권과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2025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98%로 집계됐고, KB부동산 기준으로도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37%, 서울은 11.19% 올랐다. 부담금이 분양가와 사업비에 얹히는 구조인 만큼 집값 상승기에는 공급 비용 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과거 성장기에 만들어진 부담금 체계를 그대로 두기는 어렵다고 본다. 학교용지부담금이 법적으로는 개발사업자에게 부과되지만 사업비에 반영되는 이상 최종 구매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취학 학생이 늘어나는 상황이 아닌 만큼 성장기에 만들어진 부담금은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신설 수요도 결국 주택 공급과 입주가 이뤄진 뒤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부담금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주택 사업이 진행돼야 학생 유입과 학교 신설도 가능해지는 만큼 부담금 완화가 사업 추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학교용지부담금 정비 논의는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구조다. 초중등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장치지만 학생 수 증감과 관계없이 세수에 연동돼 자동으로 늘어나는 방식이어서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올해는 재정지출 구조조정과 학령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교부금 개편 논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학생 수와 무관하게 세수에 따라 교육재정이 배분되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커진 영향이다. 하지만 교부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자 학교 신설 재원 역할을 해온 학교용지부담금까지 함께 내려놓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교육재정 당국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부금 개편 논의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재정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며 “교부금이 줄어든다면 학교용지부담금까지 줄이는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