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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재판 부실의 청구서, 결국 국민에게 온다

14.06.2026

집값과 유가가 빠르게 오르면 사람들은 곧바로 체감한다. 주거비와 교통비·물류비가 뛰면 생활 전반의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필수 비용도 오르고 있다. 바로 ‘사법 서비스 가격’이다. 이는 변호사 선임료만을 뜻하지 않는다. 재판이 늦어지고, 수사가 부실해지고, 억울함을 풀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써야 하는 상황 자체가 사법 서비스 가격의 상승이다.

문제는 이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법원에서는 내년 인사를 앞두고 형사부 법관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왜곡죄 논란 때문이다. 법관이 양심에 따라 재판해도 판결의 한 대목이 문제 삼아지면 고소·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법관 개인을 겨냥하기 쉬워진다면 형사재판을 맡으려는 법관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형사재판의 질 저하는 곧 국민이 받는 사법 서비스의 질 저하다. 성범죄·보이스피싱·사기처럼 서민의 일상과 직결된 사건일수록 피해자는 국가의 수사와 재판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재판이 늦어지고 판단이 부실해지면 피해자는 더 오래 고통을 견뎌야 한다. 억울한 피의자도 사건이 길어질수록 방어 비용과 사회적 낙인을 함께 떠안게 된다.

10월 검찰청 폐지도 사법 서비스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현재 여당과 검찰개혁추진단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방향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보완수사권이 전면 사라지면 공소청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의심스러운 대목을 발견해도 직접 보완을 요구하거나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사건의 빈틈을 메우는 공적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특히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 진술과 제한된 증거를 토대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 수사가 미흡하거나 피해자 진술을 충분히 믿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 나면 검찰의 보완수사 없이 그대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성·인권단체들이 성범죄나 아동범죄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에서만큼은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돈이 있는 사람만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수사기관의 판단을 뒤집거나 보완하려면 피해자든 피의자든 더 비싼 변호사를 찾아야 한다. 특히 수사 절차를 잘 아는 경찰 출신 전관 변호사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수사 단계의 신뢰가 흔들릴수록 시민은 더 비싼 사적 조력에 의존하게 된다.

이 때문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단순한 권한 조정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부담해야 할 사법 서비스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공소청에 일정한 보완수사권을 남긴다면 가격 급등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정치적 사건을 제외하고 성범죄, 보이스피싱, 사기, 산업기술 유출처럼 서민의 일상과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사건에 한정해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집값 폭등의 부담은 개인의 주거비에 그치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하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내수 경제 전체를 흔든다. 사법 서비스 가격도 마찬가지다. 재판이 늦어지고 수사가 부실해지면 처음에는 개인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돈이 있어야 정의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그 비용은 결국 국민 전체가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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