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수가 기록적인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고질적인 일본과의 관광산업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국 통화 약세, 고유가 등 두 나라의 거시 관광 환경은 비슷하지만 K컬처에 대한 글로벌 인기, 중국의 일본 방문 제한 조치(방일령) 등이 두 나라의 외국인 방문(인바운드) 관광 추세를 가르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올해 한국과 일본의 인바운드 격차가 2배 안으로 좁혀질 것으로 관측된다.
6일 일본정부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누적 1437만5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오히려 감소했다. 4월만 따로 놓고 볼 경우 감소폭이 5.5%에 이른다.
한국은 정반대 추세를 보였다. 올들어 4월까지 누적 방한 외래 관광객수는 677만98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4% 급증했다. 일본의 외래 관광객수가 감소하고 한국은 증가하면서 이 기간 동안 두 나라의 외국인관광객수 격차는 2.12배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약 2.25배에서 격차가 다소 줄었다.
두 나라의 외국인 관광 격차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든 2022년 이후 3년 연속 2배 넘게 벌어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의 외국인 방문자 수가 1894만 명, 일본은 4268만3600명을 기록했다. 올 4월까지 기록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은 2273만명 수준이 돼 격차가 2배 이내로 줄어들게 된다.
올 들어 두 나라의 인바운드 관광의 희비는 중국인이 갈랐다. 일본은 4월까지 한국과 대만의 관광객이 각각 22.2%, 24.2% 급증했지만 중국이 55.1%나 급감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인 증가율이 4월에만 29.6%를 기록해 일본(17.6%), 대만(27.2%)을 앞서기도 했다. 중국 춘절이 있었던 2월에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48% 늘기도 했다.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중국 전체 해외여행 증가율과 주요 아시아 경쟁국을 모두 웃돌았다”며 “중·일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이 일정 부분 한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격차 해소는 물론 구조적인 관광 산업 적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여행·관광 산업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2026년 1분기 한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3월 관광수지는 2억6000만달러(약 3875억원) 흑자를 기록해 11년4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국인이 나가서 쓰는 돈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쓰는 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총관광 수입은 218억9000만달러(약 32조원)로 2019년 대비 5.5% 증가했지만 총 관광 지출액은 314억달러(약 46조원)에 달했다.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이 더 많아 관광수지는 14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이와 관련 “과거 단체 관광객의 대량 쇼핑에 의존하던 면세점 수익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지만, 고부가가치 의료·웰니스 관광과 같은 현지 밀착형 경험 소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 인바운드 시장이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전환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라는 구조적 과도기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다만 △여전히 일본과의 격차 자체가 큰 점 △외국인들의 1인당 소비액수가 일본보다 현저히 작은 점 △외국인 관광객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는 점 등은 개선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이 쓴 금액은 약 88조원으로 한국(20조~23조원)과 4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업계와 정부는 현재와 같은 수도권 집중 구조로는 정부 목표인 연간 3000만명의 외국인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방 관광 활성화가 외국인 관광객 수를 꾸준히 늘리고 소비효과를 극대화하는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열린 정부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 “(방일령, 원화약세 등의 환경을 뛰어넘어) 근본적인 외국인 관광객수 우상향을 위해서는 첫번째가 지역”이라며 “지역 콘텐츠 개발과 교통 인프라 개선 등 이 분야에 꽤 많은 예산과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