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위원회가 11일 정책 토론회를 열고 ‘금융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 방안을 발표했다. 저신용·저소득층 등 취약계층까지 포용하는 ‘4대 기초금융’ 체계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4대 기초금융은 과도한 빚을 경감해주는 기초상담·채무조정, 공공실손보험 전담기구를 통해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기초보험, 장기 저리의 기초대출, 1대1 매칭 방식의 기초저축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저신용자 1000만 원 기초대출 공약 등을 확대 발전시킨 정책으로 보인다.
취약계층 보호라는 정책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이익, 국민 세금 등으로 관련 재원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고 신용 규율을 흔들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신복위는 모든 국민이 금융서비스에 차별 없이 접근하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권에 내재된 권리라고 주장했다. 우리 헌법에 금융기본권이 명시돼 있지 않은 만큼 자칫 자의적 헌법 확대해석으로 비칠 수 있다. 신복위가 금융기본권을 보편적 권리로 규정하면서 지원 대상을 ‘소득·자산 기준 충족자’로 제한한 점도 모순된다.
이미 취약계층을 위한 다각도의 금융 지원 체계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법 제정과 전담기구 신설이 필요한지도 따져볼 문제다. 저신용자 채무조정 및 장기 저리 대출 업무는 신복위 등이 담당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기초의료 보장, 차상위계층 본인부담 경감 제도 역시 확충돼 있다. 비급여 의료비는 긴급복지지원 서비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으로 덜어줄 수 있다. 이들 체계를 더 촘촘하게 정비하고 상호 연계를 강화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기초금융을 법제화하겠다면 기존 사업과의 중복·충돌을 피하고 금융 체계 초석인 신용 질서 훼손이 없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특히 모럴해저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복된 신용 사면, 채무 탕감, 서민 대출 정책으로 연명해온 악성 채무불이행자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엄격하고 전문적 심사 체계, 철저한 사후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혈세 낭비, 사업 부실이 없도록 꼼꼼한 사업 타당성 분석이 선결 과제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