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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도 못살린 청년 고용…대졸 실업자 5년만에 50만명

11.06.2026 1분 읽기

최근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외화내빈’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15세 이상 고용률이 63%를 넘길 정도로 높은 데다 실업률도 3% 아래서 관리되고 있어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 보면 위기 징후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를 한꺼풀만 들춰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괜찮은 일자리로 통하는 제조업 일자리가 전년 대비 14만 명 줄면서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면서 청년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5월 대졸 실업자는 50만 3000명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있었던 2021년(54만 1000명)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성장률 등 거시 경기지표와 고용시장의 디커플링 현상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작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출 지표만 보면 경기는 뜨겁다. 6월 1~10일 수출액은 28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5.9% 늘었다. 1~10일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 중 반도체 수출은 111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5.8% 급증했다. 반면 5월 제조업 취업자(-14만 명)는 2019년 2월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과 고용시장의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취업유발계수에서도 확인된다. 취업유발계수는 특정 산업의 수요가 10억 원 늘었을 때 직간접적으로 생기는 일자리 수를 뜻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의 취업유발계수는 2.1명으로 전산업 평균 10.1명이나 제조업 평균 6.2명에 크게 못 미친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반도체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라 노동을 많이 쓰지 않는다”며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도 작아 고용 유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서비스 일부 업종이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전체 고용 감소 폭을 줄였다. 지난달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 2000명 늘었고 운수창고업과 숙박·음식점업도 각각 3만 6000명, 2만 명 증가했다. 반면 농림어업(-12만 1000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8만 9000명), 건설업(-4만 3000명), 도소매업(-3만 6000명)은 감소했다.

재정경제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용 부진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고용이 실물경제에 후행하는 만큼 3월께 시작된 중동 전쟁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 수입 통계에서도 비용 부담은 확인된다. 6월 1~10일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39.9% 늘었다. 원유 수입액은 42.9% 증가한 30억 달러로 2024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30억 달러를 넘었다.

고용 충격은 청년층에 집중됐다.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 5000명 줄어 2021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반면 30대 취업자는 6만 2000명, 50대는 2만 5000명, 60세 이상은 17만 1000명 각각 늘었다.

정부는 청년층과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고용 충격 완화에 나선다. 청년뉴딜 핵심 과제를 신속히 집행하고 산업 현장에는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와 고용위기지역·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검토를 병행할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모든 부처가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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