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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에스케이하이닉스로’

11.06.2026 1분 읽기

김현수

논설위원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경충대로 앞 사거리. 올 4월부터 ‘에스케이하이닉스로’라는 도로 표지판이 설치됐다. 인근 도로 세 곳에도 같은 명예도로명이 붙었다.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이천에 들어선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명예도로명은 실제 주소로 쓰이는 법정 도로명 외에 인물의 업적이나 기업의 상징성을 기려 덧붙이는 이름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로, 경기 평택 LG로, 울산 현대자동차로가 대표적이다.

이천 시민들은 “SK하이닉스 덕분에 부자가 됐다”며 반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천시는 SK하이닉스의 법인지방소득세 수입 증가에 힘입어 재정자립도가 사상 처음 50%를 넘어섰다. 올해 본예산 1조 2036억 원 가운데 6635억 원을 자체 수입으로 충당해 재정자립도는 55.1%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53.6%)·서초구(53.0%)보다 높고 삼성전자가 있는 화성시(51.6%), 판교테크노밸리가 위치한 성남시(53.0%)도 앞선다. SK하이닉스가 이천시 법인지방소득세의 60%가량을 책임진 덕분이다. 이천시는 늘어난 세수를 곧바로 쓰지 않고 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2024년 SK하이닉스 실적 부진으로 관련 세수가 사실상 ‘제로(0)’가 되면서 재정자립도가 34.6%까지 떨어졌던 경험을 잊지 않고 있어서다.

옛말에 “풍년 든 해에 쌀독을 채워야 흉년을 견딘다”고 했다. 그런데 지방재정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오히려 주민 1인당 예산 규모가 더 큰 경우가 적지 않다. 자체 수입이 부족해도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이 채워주기 때문이다. 곳간이 비어도 지출이 늘기도 한다. 경기도와 인천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출이 늘면서 5월 말 기준 예산 집행률이 각각 49%, 47%에 달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새 지자체장들은 공약 이행을 위해 예산 사용처를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돈을 푸는 경상지출보다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자본적 지출이 더 중요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곳간이 채워졌지만 이천시는 먼저 비축을 택했다. 풍년이 들었다고 쌀독을 비우는 집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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