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 대한 재검토 주장이 반복되는 것은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10년 넘게 이어졌지만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반면 소비 수요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e커머스 업체만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구조가 재편된 상황에서 기존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형마트 규제 무용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국에 영업 중인 전통시장·상점가 1853곳의 하루 평균 고객 수는 2024년 기준 370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5413명에서 약 31% 감소한 수준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유지됐음에도 전통시장 방문객 감소세를 막지 못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KDI는 최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 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에서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지역을 분석한 결과 전통시장 매출 감소는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KDI는 오히려 이들 지역의 온라인 쇼핑 결제 금액이 감소하고 대형마트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가 운영하지 않는 날에는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소비를 대체했던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그간 유통업계에서 온라인은 몸집을 빠르게 키워왔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전체 유통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60.3%를 기록한 반면 대형마트 비중은 7.9%에 그쳤다. 유통 시장의 중심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가 e커머스 업계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대표적 e커머스 업체인 쿠팡은 지난해 49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3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e커머스 업계에 쏠려 있던 유통 구조가 재편될 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 활성화와 고용 유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는 단순 판매 채널을 넘어 협력 업체, 입점 업체, 물류, 지역 고용과 연결돼 있는 만큼 영업 정상화가 오프라인 유통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024년 내놓은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 매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폐점은 반경 2㎞ 주변 상권 매출액을 5.3%가량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폐점으로 유동 인구가 줄어든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청산 위기에 놓인 것도 대형마트가 장기간 규제 속에서 경쟁력을 잃은 영향이 적지 않다”며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와 관련해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우려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완화되면 매출이 살아나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대형마트의 주말 매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A 대형마트의 경우 의무휴업이 있는 주간은 토요일 하루 매출이 전체 주간 매출의 약 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B 대형마트 역시 주간 매출 중 주말의 매출이 약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말 영업 제한으로 발생하는 매출 공백이 적지 않은 만큼 의무휴업 규제가 완화돼 주말 쇼핑 수요를 흡수하면 대형마트 매출은 최소 8~10%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 규제의 방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환경에 맞춰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유통법이 개정돼 온·오프라인 등 유통 채널 간 경쟁이 이뤄지면 혜택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주변 상권 활성화로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공급 업체 입장에서도 쿠팡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납품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