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집회가 서울 잠실 일대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에 투입된 경찰 기동대 내부에서 “경찰이 시위대의 허락을 받고 움직이는 처지가 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기동대원들은 근무지 진입과 교대 과정에서 시위대 측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고 주장하며 경찰 내부에선 사기 저하 논란까지 일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경찰 내부 익명 커뮤니티에는 잠실 집회 현장 경비 경험을 공유한 글이 게시돼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글에는 경찰 기동대가 근무지 투입과 교대 과정에서 시위대 측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사실상 시위대가 정한 방식에 따라 현장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잠실에 투입된 한 기동대원은 “근무지 진입 전 시위대 측이 경찰 인원을 확인하고 복장 점검까지 실시했다”며 “마스크나 선글라스, 불봉 등을 착용하면 진입이 제한되고 근무복과 형광조끼만 착용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근무 교대도 한 번에 10명씩만 가능하도록 시위대 측이 요구해 수십 명의 경찰이 대기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도 했다.
특히 경찰 내부에서는 관할 송파경찰서 지휘부가 시위대와 협의된 절차를 따르도록 지시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경찰관들은 “근무 교대 시 시위대 측 안내 인력에게 교대 사실을 알린 뒤 안내에 따라 이동하라는 취지의 지침이 전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 경찰관들의 불만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공권력 행사 주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이동 동선을 관리하고 투입 인원을 확인하는 상황 자체가 공권력의 권위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동대 출신 한 경찰관은 “집회 현장에서 충돌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협조는 필요하지만 경찰이 시위대의 허락을 받고 움직이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상당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 사진과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집회 참가자들 사이를 통과해 근무지로 이동하거나 시위대 인솔자와 함께 움직이는 모습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게시물에는 경찰관들이 집회 참가자들의 박수와 야유 속에서 이동하는 장면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하자 경찰청도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경찰청은 일부 참가자들이 선량한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법적 권한 없이 타인의 소지품을 수색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설관리자와 협력해 시민 통행을 적극 지원하고 대화경찰을 증원 배치하는 한편 서울경찰청 지휘부가 현장에 임장해 지휘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또 “시민·기자·경찰·소방 등을 대상으로 한 폭행·명예훼손·강요 등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과도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피해를 겪은 현장 경찰관에 대해서도 경찰청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선에서는 최근 집회 대응 기조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기동대가 광역예방순찰대로 개편되고 집회 대응 인력이 축소된 이후 현장 대응 역량이 약화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기동대는 본래 공공질서 유지와 안전 확보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데 현장에서는 오히려 경찰이 감시받고 통제받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사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