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의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을 잇달아 강조하면서 정부가 주택 취득·보유·양도 전 단계를 아우르는 세제 재편을 검토하고 있다. 개별 세목을 손질하는 기존 세법 개정에서 벗어나 납세자의 총 세 부담을 기준으로 과세 체계 전반을 다시 짜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그간 땜질식 개편을 반복하며 이미 누더기가 된 부동산 세법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9일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만 따로 볼 수 없고 양도소득세·취득세까지 납세자의 실효세율 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며 “각 정책 수단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별 세목을 손보는 방식 대신 납세자가 주택을 사서 팔 때까지 짊어지는 ‘총 세 부담’을 척도로 삼아 과세 구조를 재설계하되 다주택 여부와 실거주 여부, 거래 행태까지 아울러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실거주 원칙에 따라 이번 개편은 실거주자를 우대하고 투기 목적의 다주택·단기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합산 최대 80%까지 양도차익을 공제받는다. 정부는 이 중 단순 보유에 주어지는 공제를 줄이는 대신 실제 거주 기간에 대한 혜택 비중을 높여 과세 차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보유세 개편은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안과 정부 시행령으로 처리 가능한 사안을 모두 열어 놓고 살피는 중이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 구간 세분화나 명목 세율 인상 같은 법률 개정 방안과 함께 정부가 독자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도 카드로 거론된다. 현행 60%인 이 비율을 올리면 명목 세율을 건드리지 않아도 과세표준이 커지는 효과가 생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율이란 말만 안 썼지 숫자가 바뀌면 세액이 달라지는 실질적 세율”이라며 “대통령령으로 결정하도록 두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득세 역시 총 세 부담 산정 기준에 포함돼 함께 검토된다. 다만 보유세와 달리 거래세인 취득세는 완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보유세를 높여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동시에 취득세 부담을 낮춰 매물 잠김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도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 보니 투기용으로 집을 쌓아두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보유 부담은 높이되 거래는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세제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부동산 세제 합리화를 위한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토대로 이달 말 세법 개정안의 기본 방향을 담은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오 교수는 “부동산은 세제만으로 잡을 수 없다는 건 문재인 정부가 이미 증명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납세자 부담만 가중되고 집값은 잡히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물은 사라지고 실거주자는 들어가 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면 결국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세목별 근거 법령과 관할 부처가 제각각인 데다 국내에서 시도된 전례조차 없어 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취득세·재산세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소관인 반면 종부세·양도세는 재경부가 관할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제 개편 때마다 세법이 복잡해지기만 했다”며 “정작 실수요자들은 내가 집을 사고 팔 때 세금이 얼마나 나오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