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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치료 받고 약국으로…K의료관광 ‘약’발 세졌다

10.06.2026 1분 읽기

7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거리는 젊은 한국인들 사이로 국적 및 인종 불문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뒤섞여 있었다. 한 약국 앞에 이르니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 일본에서 왔다는 30대 여성 관광객은 “오전에 피부과에서 리쥬란 시술을 받은 뒤 재생크림을 사러 왔다”며 “온 김에 다른 화장품도 같이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관리용 일반의약품 ‘닥터 리쥬올’ 등이 담긴 봉투를 보여주며 “일본 돈키호테에서 파는 스킨케어 제품은 피부 개선 성분의 함량이 낮은데 한국 약국에서는 안전이 보장된 고함량 스킨케어 용품을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 관광 인기가 치솟으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가 피부과를 넘어 약국까지 번지고 있다. K뷰티와 K피부과의 인기가 약국 및 치과·건강검진센터·한의원 등 한국 의료 전반으로 확산되며 의료 관광 생태계가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약국은 올리브영과 다이소·무신사 등 이른바 ‘올다무’를 잇는 외국인들의 새로운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들의 약국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196.8%) 급증했다. 국가별로는 일본(182%)과 중국(142%) 모두 2배 이상 늘었고, 특히 대만 관광객의 경우 같은 기간 증가율이 11배(1031%)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이 기간 외국인 전체 소비 증가율(23.9%)보다 훨씬 높다.

이 같은 분위기에 최근 서울 강남과 홍대·성수·명동 등 중심지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더마∙코스메틱 특화 약국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레디영약국·홍익약국 등 일부 약국은 매장 안팎에 아예 외국어로만 작성된 안내문이나 영상을 걸어 둘 정도로 외국인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들은 영미권 인스타그램은 물론 중화권 위챗·샤오홍수 등 세계 각 지역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운영하며 글로벌 마케팅까지 펼치고 있다. 방문객에게는 부가가치세 환급을 제공하는 등 외국인 특화 서비스도 갖췄다.

외국인들의 약국 쇼핑은 인바운드 여행의 핵심 트렌드인 K뷰티와 한국인의 일상을 따라하려는 ‘데일리케이션’이 접점을 이룬 영역으로 꼽힌다.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한국 여성들의 고운 피부의 비결이 일반 화장품을 넘어 동네 약국에서 파는 피부용 의약품 때문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방문객들이 약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인기 품목도 약국 전용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다. 안티에이징 제품 닥터 리쥬올이나 여드름 치료제 애크논과 애크린, 흉터 치료제 노스카나 등이 해외 SNS에서 언급되는 대표적인 한국 의약품 화장품이다. 최근에는 색소 침착을 완화해주는 멜라토닝 크림 등도 인기다.

이날 약국에서 만난 프랑스 출신 30대 남성 일행은 “한국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하고 나오는 길”이라며 “유튜브와 인터넷·지인 추천을 통해 구매 목록을 미리 작성해왔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집중된 K의료 관광 수요가 확장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대상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은 제공 서비스 영역을 피부과 외에 시력 교정과 치아 미백, 스케일링, 한의원, 건강검진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크리에이트립의 올해 1분기 의료 관광 부문 거래액은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137% 늘어났다. 거래 건수도 약 129% 증가했다. 거래액과 거래 건수 모두 2년 연속 2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거래액과 거래 건수 모두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점은 가격대가 높은 의료 상품 한두 건의 약진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K헬스 전반에 걸쳐 수요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K메디웰(Medical+Wellness)’ 관광을 하나의 미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국내 인바운드 의료 관광객의 소비 성장률이 2030년까지 연평균 24.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어떤 산업도 이 같은 성장률을 보이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피부과를 유입 채널로 삼아 다른 의료나 웰니스 상품과 연계하는 전략을 가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도 K의료 생태계의 확장 가능성을 보고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호텔 그룹 힐튼은 부산에 의료 관광 수요 증가에 발맞춰 2028년 ‘힐튼 가든 인 부산 기장’을 오픈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힐튼 측은 이 시설을 통해 고품질 숙박과 안정적 서비스를 원하는 장기 체류형 의료 관광객들에게 라이프스타일 허브 역할을 제공할 계획이다. 크리에이트립도 의료 관광 상품의 진료 과목을 지속 확대하고 통역 서비스 등 관련 편의를 늘릴 예정이다.

정부도 팔을 걷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다 많은 사업자가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설 수 있도록 의료 관광 우수 유치사업자 신청 요건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역 가점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의료 관광객 유치 업체 지원 규모를 기존 12개사에서 20개사로 늘리고 지역 의료 관광 상품 개발이나 팸투어, 모객 광고를 지원 확대한다. 특히 공사는 지난해 10개국에서 17회에 걸쳐 의료 관광 마케팅을 벌인 데 이어 올해도 러시아와 몽골 등에서 의료 관광 설명회를 여는 등 의료 관광 수요 지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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