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확산한 청년층의 ‘투표권 시위’가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이후 ‘부실선거’ ‘부정선거’ ‘재선거’ 시위의 성격과 목표를 둘러싼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투표용지 부족을 선거관리 부실에 따른 참정권 침해 문제로 보고 재발 방지와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를 부정선거 의혹과 연결하거나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색이 강한 상징물이나 구호를 두고 참가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장면도 현장에서 목격됐다.
최근 인도와 대만·홍콩 등 곳곳에서 확산하는 청년 중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발 시위도 비슷한 딜레마를 겪고 있다. SNS를 통해 빠르게 결집한 ‘광장의 목소리’는 기존 시민단체나 정당 중심 집회보다 더 큰 동원력을 보인다. 밈이나 짧은 영상, 해시태그 등 직관적 콘텐츠가 참여를 독려하고 온라인 여론이 오프라인 집회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다만 특정 단체나 지도부 없이 분산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제도권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SNS 기반 시위가 장기적 성과를 거두려면 ‘기능적 대리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체 운동을 대표하는 지도부를 세우기보다 헌법소원, 법률 개정안 발의, 피해자 구제 절차 등 개별 과제에 한해 전문 변호사나 시민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리더 없이 모인 시위의 자발성과 확장성을 유지하면서도 제도권과의 협상 창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를 통해 모인 운동은 명분만으로 지속되기 어려운 만큼 협상 가능한 의제를 만들고 이를 대표할 주체를 세우는 등 제도권과 연결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