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한 기업이 TV광고를 하는 데는 수개월의 기간과 억 단위의 비용이 소요된다. 영상 제작은 기본이고, 광고채널 확보, 송출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한 후 상황은 변하고 있다. 이제는 AI를 활용해 디지털 광고 마케팅의 전과정을 자동화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업계에서 한창이다.
퍼포먼스바이TBWA는 이같은 시도를 주도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김형태 퍼포먼스바이TBWA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웰컴금융그룹 사옥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TV광고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은 그동안 비용과 접근성 문제로 인해 대기업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며 “AI를 접목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도 똑같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퍼포먼스바이TBWA는 웰컴금융그룹과 글로벌 광고그룹 TBWA코리아의 합작사로 2018년 출범한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 업체다. 출시 이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25%를 웃돈다. 비결은 데이터. 여느 동종 기업과 달리 내부 개발자를 두고 온라인 이용자들의 행태를 분석해 광고주들이 원하는 고객을 상대로 맞춤형 광고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김 대표는 이런 데이터 기술 위에 AI를 입혀 TV광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내놓은 ‘애디렉트’가 그 결과물이다. TV광고 송출 과정 전체를 AI로 자동화한 플랫폼으로, 김 대표는 “그동안의 TV광고 마케팅이 프라이빗뱅킹(PB) 자산운용이었다면 애디렉트는 모바일 주식거래(MTS) 앱처럼 대중적이고 쉬운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에서는 광고 예산과 송출을 원하는 요일, 시간대를 설정한 뒤 광고 목표와 패션·건강 등 공략 고객군의 관심사를 클릭하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광고는 지상파나 종편, 케이블, 유튜브 등 목표 고객이 있는 채널로 분배돼 송출된다. 대행수수료는 없다. 김 대표는 “전문가가 조율해주던 광고 목표나 타깃 고객 설정을 클릭만으로 AI가 최적화해주는 개념”이라며 “비용과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중에는 AI 광고 영상 제작 서비스 ‘아이티브’ 새 버전도 선보인다. 기존 버전은 제작진이 AI로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광고주가 직접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제품 이미지 몇 장이나 홈페이지 주소만 제공하면 15초짜리 TV 광고 영상을 자동 생성한다. 스토리를 만들고 모델을 등장시키거나 섬유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등의 디테일한 장면을 자동 연출한다. 퍼포먼스바이TBWA가 2023년부터 3년간 전 세계 광고 논문 등을 학습시키고 파인튜닝한 결과물이다.
김 대표는 “범용 AI모델은 기승전결 등 스토리텔링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15초 영상 광고를 만들어줘’라고 하면 분량만 15초일 뿐, 맥락없는 영상이 나온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광고제작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광고주의 요구사항을 광고 제작 문법으로 전환해 반영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이티브를 통해 영상 제작 비용을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상업용 광고 제작 시스템에서는 1억 원을 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지만 이를 수십만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홈페이지 방문객의 23%가 애디렉트 광고를 통해 유입됐고, 확보 고객 1명당 마케팅 비용은 포털 검색 광고 대비 4분의 1 수준이었다. AI기술로 비용으로 낮추고 데이터 기술로 고객 타게팅을 정교화한 결과다. 김 대표는 “남은 것은 광고주들이 혁신의 속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궁극적 목표는 중소기업·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이다. 애디렉트에는 구글·아마존 네트워크가 연결돼 일본, 스페인, 미국 등 전 세계 스트리밍 채널로 광고를 송출할 수 있다. 김 대표는 “AI의 등장으로 미디어 비즈니스는 100년 만에 가장 큰 변화가 시작됐다”며 “그동안 마케팅에서 소외됐던 브랜드들에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