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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이성이 아닌 감정의 협상 과정

05.06.2026

양극화와 갈등이 심화되는 오늘날, 감정을 배제한 채 합리적 지식에 기반한 정치가 가능하다는 명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합리적 지식에 기반한 정치는 이성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독일 신경과학자 마렌 우르너의 신간 ‘감정사회: 감정은 어떻게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이 오래된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을 새롭게 바라보라고 권한다. 이를테면 파업하는 기관사라든지, 안전한 통행을 요구하는 장애인, 세상을 주유하는 여행자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정치는 가장 개인적인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다. 저자는 신경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적·정치적 선택과 판단이 실제로는 개인이 속한 사회적 현실과 결부된 감정과 분리될 수 없으며 오히려 감정에 깊이 의존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을 선택할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언제나 감정과 함께 이뤄지기 마련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그 감정은 그가 속한 오래된 공동체와 사회, 조직의 상식적인 통념에서 비롯된다. 즉 감정을 억누르거나 배제하려는 태도야말로 공론장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개인은 무엇이 옳고 잘못됐는지, 무엇이 시의적절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는지, 무엇을 믿는지, 그리고 누구를 신뢰하고 신뢰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한다. 그리고 이 모든 행동은 언제나 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즉 정치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감정을 조율하고, 이를 공동의 가치와 이상으로 연결하는 협상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행하는 거의 모든 정보 전달은 나의 신념과 가치를 담고 있다”고 덧붙인다.

결국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렇기에 감정을 배제하고 토론을 하자는 말은 잘못됐다. 오히려 감정은 우리의 공동생활을 형성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정치적 공간을 결정 짓는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문제인 까닭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실천적 대안으로 ‘역동적 사고’를 제안한다. 즉 이제는 “무엇에 반대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지하는가”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 사고방식은 고정된 진영 논리를 넘어 더 건설적인 사회적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정치적 피로와 불신이 깊어지는 지금,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이해하고 성숙하게 다루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핵심 조건이다. 책은 개인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곧 사회를 이해하는 일임을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극우·극좌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위협에 대해 이렇게 경고한다. “사람들이 더 이상 정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지 못할 때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사라진다.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람들은 자신의 질문과 욕구에 대한 답을 다른 곳, 이를테면 정치 스펙트럼의 가장자리에서 찾기 시작한다.” 1만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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