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사인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캐나다에서 밝힌 ‘프로젝트 비버’는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 대응하는 한국 측의 최종 병기로 볼 수 있다.
캐나다 정부는 당초 한화오션(042660) ·HD현대중공업 원팀과 독일 TKMS로 잠수함 사업 후보를 압축한 뒤 수주 대가로 자국 내 자동차 산업 관련 투자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한국 현대차(005380) 에는 완성차 공장, 독일 폭스바겐에는 배터리 생산시설 등의 추가 투자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캐나다 자동차 시장이 현지 공장을 설립할 만큼 크지 않은 데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완성차 공장 신설은 어려운 선택지였다. 이에 한국은 방향타를 ‘에너지·수소 협력’으로 틀어 완성차 공장이 아닌 수소 화물트럭 생산 및 충전 인프라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1993년 현대차 브로몽 공장 철수 전례를 감안해 수익성이 불확실한 투자 대신 ‘생산·충전·모빌리티 연계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실제로 강 실장과 특사단에 포함된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현대차 등 관계자는 캐나다 일정 중 토론토와 오타와에서 수소·에너지 협력 포럼을 열고 천연자원부 장관을 면담했으며 특히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준비해온 수소산업 발전 청사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소 트럭 카드는 한화가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APMA)와 체결한 장갑차 및 자주포 현지 생산 협력에 더해진 것이다. K방산의 베스트셀러인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 천무의 현지 생산 거점 구축은 자국 방산 공급망 강화로 안보 주권을 탄탄히 하려는 캐나다 정부의 의지를 꿰뚫은 전략이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우주발사체 기술 지원’도 제시했다. 글렌 코플랜드 한화디펜스캐나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가 캐나다 상업용 우주발사장 운영사와 합작법인을 세워 캐나다의 자체 발사 역량을 앞당기기 위해 로켓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캐나다는 가동 중인 발사대나 발사체 운영사가 없어 자국 위성을 쏘아 올릴 때도 스페이스X 등 해외 업체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앞서 잠수함 건조에도 미국 관세로 타격을 입은 캐나다산 철강을 사용하기로 한 만큼 이번 수주전에서 한국이 제시한 카드는 캐나다가 역량 강화를 필요로 하는 산업 전반을 망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와 관련해 한화가 현지 기업·기관과 맺은 업무협약(MOU)만 총 75건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CPSP는 단순 잠수함 사업자 선정이 아니라 ‘경제·안보 협력 파트너 선정’의 성격을 갖는다”며 “캐나다 지역과 기업·기관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과 평판이 결과를 좌우하는 만큼 전략적인 관계 맺기는 필수”라고 전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 분석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제안한 사업들이 추진될 경우 2026년부터 2044년까지 캐나다에서 4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963억 달러의 국내총생산(GDP) 부가가치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
독일도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최근 캐나다 방산 박람회에서 “CPSP 수주를 전제로 독일 정부와 조선소가 캐나다 전역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해 860억 달러 규모의 GDP 창출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측은 최종 결정 후 1~2년 내 초기 투자의 상당 부분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공급망 연대’와 독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 북극권 방위 연대’ 사이에서 고심 중인 캐나다 정부는 이달 내로 최종 승자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의 ‘장보고-Ⅲ 배치-Ⅱ’와 TKMS의 ‘212CD’ 중 하나만 웃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