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 사고가 반복된 업체 현황을 별도로 보고하라고 고용노동부에 지시했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합동 감식과 수사에 착수했으며 정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사업장 안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그런 사업장들을 추려 따로 보고해달라”고 노동부에 지시했다. 이어 “살자고 간 일터가 죽음의 장이 되고는 한다”며 관계 당국에 신속한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는 전날 폭발 사고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2018년과 2019년에도 폭발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도 이날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 전문가 30여 명이 현장에 투입돼 화재 흔적과 발화부 추정 지점, 인화물질 존재 여부 등을 조사했다. 희생자들의 유해 수습 작업도 함께 이뤄졌으며 유가족들도 감식 과정을 참관했다. 박문용 유성구청장 권한대행은 브리핑에서 “피해자 전담팀을 구성하고 1대1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피해자 가족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며 “피해 지원과 사고 수습·복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전기 등에 의해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비롯해 여러 추정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폭발이 발생한 56동 내부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56동 외부 등을 촬영한 CCTV 영상을 확보했으며 인근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도 추가로 확보해 분석할 계획이다.
노동계와 법조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는 2018년 5월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졌고, 2019년 2월에도 추진체 이형공실 폭발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두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발생해 이번 사건의 가중처벌 사유로 직접 적용되기는 어렵다. 다만 유사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점은 수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 역시 이날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중대산업재해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날 2018년과 2019년 사고 이후 해당 사업장을 상대로 진행한 특별감독 결과보고서도 공개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2018년과 2019년 공정안전관리(PSM) 평가에서 연속으로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82건이 적발됐고 208건의 개선 권고도 내려졌다. 또 2018년과 2019년 연쇄 폭발사고 이후 노동부로부터 총 568건의 법 위반 사항을 지적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는 신원 확인 작업이 지연되면서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숨진 근로자들은 현재 대전 시내 병원 두 곳에 나뉘어 안치돼 있다. 시신이 안치된 한 병원 장례식장 현황판에는 희생자의 이름 대신 ‘미상 1’ 등의 글자만 표시돼 있었다. 폭발 충격으로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신원 확인을 위한 부검과 감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전경찰청도 DNA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신원 확인이 끝나면 유가족에게 결과를 통보한 뒤 빈소 마련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신원 확인이 돼야 유족들도 본격적으로 올 수 있을 텐데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빈소나 분향소가 언제 차려질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