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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릴리에 1.9조 기술 수출…랩스커버리 적용 파이프라인 이전 탄력 받나

02.06.2026 1분 읽기

한미약품이 미국 일라이 릴리에 장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2 계열 신약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를 기술 수출했다. 소네페글루타이드가 한미약품의 장기 지속형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후속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1일 릴리와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제조·상업화를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한미약품은 확정 계약금 7500만 달러(약 1129억 원)를 수령하며 임상 개발과 규제 승인, 상업화 성과에 따라 최대 11억 8500만 달러(1조 7844억 원)를 추가로 받는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2억 6000만 달러(약 1조 9000억 원)로, 한미약품 기술 수출 계약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단장증후군 치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GLP-2 계열 후보물질이다. 단장증후군은 소장의 60% 이상이 절제돼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희귀질환으로, 현재 승인된 치료제는 글로벌 연 매출 1조 원 규모를 기록하는 다케다제약의 가텍스가 유일하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기존 가텍스의 매일 투여 방식을 월 1회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경쟁력의 배경으로 한미약품의 장기 지속형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꼽힌다. 랩스커버리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기술로 바이오의약품의 체내 지속 시간을 늘려 투약 횟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네페글루타이드는 랩스커버리를 통해 투약 주기를 대폭 늘린 만큼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랩스커버리는 소네페글루타이드 외에도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비만대사질환) △에피노페그듀타이드(비만대사질환) △에페거글루카곤(선천성 고인슐린혈증) △HM16390(항암) 등 한미약품의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에 적용 중이다.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후보물질 가운데 일부는 이미 상용화와 기술 수출로 이어졌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2020년 미국 머크(MSD)에 기술 수출됐다. 이번 계약으로 랩스커버리 플랫폼의 사업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후속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는 릴리가 GLP-2 자산 확보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가 구토·설사·변비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을 동반하는 만큼 향후 GLP-2와의 병용을 통해 부작용 부담을 낮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GLP-1은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해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반면 GLP-2는 장 성장 촉진과 장 점막 보호·재생 기능을 담당한다.

한미약품도 릴리가 단순 단장증후군 치료제 확보가 아닌 GLP-2의 확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단장증후군 글로벌 임상 2상을 완료한 뒤 후속 개발은 릴리가 주도할 예정이며 계약 범위 역시 단장증후군 단일 적응증이 아닌 다수 적응증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릴리가 과거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후보물질의 권리를 반환한 이후 7년 만에 다시 이뤄진 협력이라는 점에서도 추가 협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릴리는 2015년 한미약품으로부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되던 BTK 억제제 HM71224를 도입했지만, 류마티스 관절염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2019년 권리를 반환했다.

업계에서는 과거 기술 반환 사례와는 다른 양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글로벌 임상 2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계약금 규모는 개발 단계와 연관성이 크다”며 “계약금 규모를 봤을 때 릴리가 2상 데이터를 검토한 후 계약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후기 임상 단계 자산이라고 해서 권리 반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실제 한미약품은 2015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39억 유로(약 6조 8354억)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이후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진행됐지만 사노피가 2020년 연구개발 전략을 재편하면서 결국 권리를 반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사노피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이나 안전성 문제가 아닌 사업 전략상의 결정이라고 밝혔다”면서 “임상 성과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의 사업 전략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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