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외국인 창업자 유치와 정착 지원을 위한 거점을 비수도권으로 확대한다. 모두의 창업을 통한 로컬벤처 기업 육성에 이어 외국인 창업자까지 늘려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벤처투자와 창업 인프라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적 한계를 고려할 때 비자 제도 개선 등 외국인 창업자가 지역에서 마주하는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하반기 비수도권에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GSC)를 추가 조성한다. GSC는 외국인 창업자 발굴부터 국내 정착까지 지원하는 종합지원센터로 2024년 7월 서울팁스타운 한 곳에서 운영 중이다. 거주·법률·특허 상담, 비자취득 및 법인설립 지원, 사무공간 및 네트워킹 제공, 투자자·대기업 등과 비즈니스 미팅 등을 지원한다. GSC는 개소 이후 올해 4월까지 누적 이용자 1만 6336명을 기록했다. 법인설립 82건, 비자취득 77건을 지원하는 등 외국인 창업 거점으로서 성과도 내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외국인 창업 수요와 지역 특화 산업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종합 고려해 GSC 입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외국인의 국내 창업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지역으로 거점을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창업자 가운데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국내 외국인 창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기술창업비자(D-8-4)와 기술창업준비비자(D-10-2) 등 체류 외국인 현황은 2021년 191명, 2022년 218명, 2023년 260명, 2024년 352명, 2025년 538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4월 기준 전년 수치를 넘어선 594명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기술창업비자는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창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창업자에게 발급된다. 한국에 머물며 창업을 준비하는 외국인은 기술창업준비비자가 필요하다.
GSC의 비수도권 확장은 정부가 발표한 지역 중심 창업 활성화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중기부는 모두의 창업과 함께 올해 4대 과학기술원이 소재한 대전·대구·광주·울산 등 도시를 지역 거점 창업도시로 지정하며 창업 열기를 비수도권으로 확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창업도시는 내년까지 6개가 추가 선정된다.
특히 지역 특화산업은 글로벌 기술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큰 만큼 외국인 창업자가 지역에 정착할 경우 공동연구 개발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AI 보안 솔루션 아르바랩스(ARBA Labs)가 대표 사례다. 영국 국적의 애슐리 리브스 대표는 GSC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12월 국내에 법인을 설립했다. AI 의사결정 과정을 기록·검증하는 ‘AI 블랙박스’를 주력으로 하는 아르바랩스는 현재 누리호 5차 탑재 위성 개발에 참여하며 국내 우주항공 산업 경쟁력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자 제도 개선과 정주 인프라 조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기부와 법무부는 글로벌 인재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2024년 정량 요건을 없애고 사업성과 혁신성을 평가하는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 제도를 신설했지만, 현장에선 행정절차가 복잡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특별비자는 민간평가위원회 심사를 통해 중기부가 추천하고, 법무부가 최종 발급을 결정하는 이원화 구조다. 또 특별비자를 받아도 외국인 창업자는 투자 방식에 따라 법인 설립, 외국인투자 신고, 비자 취득 및 체류지 신고 등 복수의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외국인 창업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일본은 기존 사업경영비자 취득에 필요한 사무소 확보 등 요건을 당장 충족하지 않아도 지자체 심사를 거친 외국인에게 최대 2년간 창업 준비를 허용하는 ‘스타트업 비자’를 통해 초기 진입 문턱을 낮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