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NAVER(035420) )의 국방 인공지능(AI) 시장 진출은 단순한 사업 영역 확대가 아닌 차세대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행보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 참여가 불발된 후 네이버의 자체 AI 경쟁력을 활용할 새 시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국방 분야가 AI 기술의 핵심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방 AI 사업은 군사기밀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특성상 토종 기업인 네이버의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AI 인프라부터 모델·서비스까지 자체 기술을 보유한 네이버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3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번 국방 AI 사업 진출을 계기로 자체 AI 기술의 활용 범위를 민간 시장에서 국방·공공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검색과 광고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를 넘어 AI를 새 성장 축으로 삼고 있는 만큼 국방을 차세대 전략 시장으로 보고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방 AI 시장은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AI 응용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국방 AI 시장 규모는 2024년 93억1000만 달러(약 14조 원)에서 2030년 192억9000만 달러(약 29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을 거치며 AI 기반 드론과 정찰, 지휘 통제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국 정부와 방위산업 기업들의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팰런티어와 안두릴 등 AI 방산 기업을 중심으로 오픈AI와 구글 등 생성형 AI 기업들까지 국방 AI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국방 분야는 자사가 보유한 초거대 AI와 데이터센터, 옴니모달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특히 국방 AI는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 음성, 위성 정보, 센서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분석해야 하는 만큼 네이버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옴니모달 AI 역량이 직접 활용될 수 있다.
실제 네이버는 국방 AI를 차세대 옴니모달 AI 활용 분야로 보고 있다. 앞서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올해 4월 세종시에서 열린 ‘네이버클라우드 공공 AX 전략 세미나’에서 “네이버클라우드는 텍스트와 이미지·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결합해 추론하고 생성할 수 있는 옴니모달 AI 기술력을 갖춘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며 “복잡한 전장 상황을 분석하고 군의 전략적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자체 비전 인코더 개발을 완료했고 향후 출시될 신규 옴니모달 모델에 해당 인코더를 적용해 기술적 자립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이는 국방 안보에 최적화된 성능을 구현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에 따르면 옴니모달 AI는 전장 지도와 정찰 영상, 작전 교신, 센서 데이터 등 이종(異種) 정보를 통합 분석해 지휘관에게 실시간 전황과 위협 요소를 제공할 수 있다. 방대한 정보를 개별적으로 분석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의사 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네이버가 향후 방대한 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 분석하고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국방 AI 플랫폼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정보 분석을 넘어 표적 식별과 위협 평가, 작전 계획 수립까지 지원하는 ‘AI 기반 지휘 통제 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직 신설을 독자 AI 사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행보로 해석한다.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지만 수익화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국방 분야는 공공·안보 영역 특성상 AI 도입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향후 옴니모달 AI 활용이 가장 활발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 중 하나다.
특히 네이버가 국방 분야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소버린 AI’ 수요가 있다. 국방 영역은 군사기밀과 안보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외산 AI나 해외 클라우드 의존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AI 모델부터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자체 기술을 보유한 네이버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독파모 사업 참여가 불발된 후 네이버는 AI 기술을 실제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시장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공공과 국방은 소버린 AI 수요가 가장 큰 분야인 만큼 네이버가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