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종종 홀린 듯 발걸음을 멈추고는 한다. 시야를 사로잡는 화려한 장미! 필자에게는 장미에 대한 남다른 추억이 있다. 고등학생 때 독일어 수업 중 선생님께서 교과서에 실린 베르너의 ‘들장미(1829년)’를 불러보라는 것이 아닌가. 지금 생각하면 스스럼없이 일어나 초견에 무반주로 불렀던 것도 신기하다. 이 곡의 가사는 괴테의 시로 스트라스부르대 재학 시절인 1771년에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을 위해 쓰였다. 장미를 꺾으려는 소년과 찔러서 고통을 주겠다는 장미의 살벌한 대화에서 22세 열혈 청년의 아픔을 각오한 저돌적 사랑이 느껴진다.
베르너뿐만 아니라 여러 작곡가들이 이 시에 노래를 붙였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노래는 슈베르트의 ‘들장미, D.257(1815년)’다. 왼손 페달 포인트와 오른손 화음이 번갈아 연주되는 피아노 반주는 시의 장면을 귀엽고 유쾌하게 표현하고, ‘사랑스럽게’라고 지시된 노래는 피아노와 살짝 밀고 당기며 애타게 한다. 혹시 괴테는 이 곡을 좋아했을까. 그는 이 곡을 포함해 자신의 시에 붙인 슈베르트의 악보를 받았고 노래도 일부 들었을 테지만 전반적으로 슈베르트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다. 시의 운율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들장미’도 시의 장단격 운율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 언어의 리듬을 중요시한 괴테나 당시 가곡 작곡가와는 달리 슈베르트는 음악을 통한 심상의 전달을 우선시한 탓이었다. 운율을 반영한 베르너의 곡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오늘날 베르너의 곡은 민요라고 불리는 반면 슈베르트의 곡은 예술가곡이라고 불리는 데 그 배경에는 슈베르트의 이 같은 예술적 혁신이 작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