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103140) 이 ‘빅딜’ 기대를 모았던 방산 부문 매각을 갑자기 철회해 1조 원 넘게 쌓인 차입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풍산은 오너 3세 승계를 겨냥해 방산 부문 몸값을 올려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황 변화, 실적 정체 등 넘어야 할 산 역시 많다. 알짜 사업인 방산을 매각한 이후 대체 수익원이 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가시적인 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풍산의 올해 1분기 기준 차입금 규모는 약 1조 1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차입금 규모는 2023년 7030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말 1조 원을 넘겼다. 차입금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의 경우 5893억 원으로 절반을 넘는 형편이다. 장기 차입금 중 만기가 1년 이내 돌아오는 유동성 장기부채 역시 1156억 원에 달한다.
풍산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경우 3032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영업창출현금과 여신 한도 등을 감안하면 단기 차입금에 대한 대응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지만 향후 순차적으로 도래할 차입금을 고려하면 자금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풍산은 향후 2년 내 국내외 사업장을 대상으로 약 1390억 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실제 풍산은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회사채를 막는 차환을 통해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풍산은 1000억 원 규모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24일 200억 원을 증액한 1200억 원 규모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700억 원은 같은 날 만기를 맞은 기존 회사채 차환용으로, 나머지 자금은 금리가 높은 은행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부문의 프리미엄과 수요 흥행에 금리가 개별민평 대비 마이너스(-) 10bp(1bp=0.01%포인트) 수준에서 확정됐지만, 향후 회사채 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고환율·고유가 환경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최근 연 3.7%선을 기록하며 연초 대비 0.8%포인트 이상 급등한 상황이다. 시장 환경이 지속될 경우 회사채 발행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업계는 풍산에 대규모 유동성을 불어넣을 탄약사업부 매각 재추진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탄약사업부 매각은 오너 3세 승계 작업과 얽혀있어 풍산이 관련 사업의 몸값을 키워 다시 시장에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를 상대로 추진된 매각 작업에서 풍산 탄약사업부의 매각가는 1조 5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 바 있다. 탄약사업부 매각이 성사되면 풍산은 조(兆) 단위 현금을 거머쥐며 부채 부담을 해소하는 한편 운전자본 관리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오너가 승계를 위해 그룹 내 알짜 사업인 방산을 매각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류진 풍산 회장의 장남인 로이스 류는 미국 국적자로 국내 방산업체 지분을 물려받지 못한다. 풍산 방산 부문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이지만, 세전 이익의 80% 내외를 책임지고 있다. 풍산은 방산 호황을 타고 올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인 3600억 원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약사업부 매각 후 이를 대체할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 역시 풍산의 중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리 가공 사업을 영위하는 신동 부문의 경우 구리 가격 상승에 호조를 띠고 있지만 이같은 외부 환경적 요인을 빼면 미래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걸음마 단계에 그친다는 평가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AI 데이터센터(DC) 및 전력망 인프라 수요가 급증해 구리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풍산은 전력망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고성능 전도 소재를 만들 수 있는 합금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해 놓고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