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정 정년 이후에도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고용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체 취업자 4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층이 노동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반영해 법정 정년 연장 논의와는 별개로 계속고용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주요 골자’를 보고했다. 구 경제부총리는 “인공지능(AI) 대전환에 따른 반도체 호조세가 확대되면서 최소 내년까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거시경제 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실질 성장률을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금융연구원도 각각 1.9%에서 2.7%, 2.1%에서 2.8%로 올렸다. 산업연구원도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높였다. 해외기관 가운데서는 씨티은행이 2.9%, JP모건이 3.0%를 각각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하반기 경제전략을 세밀하게 수립해달라”고 주문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등 교역 여건 개선으로 명목 GDP 증가율이 10%를 기록할 경우 GDP 디플레이터는 6.5~7%, 실질 성장률은 3~3.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질 성장률이 3%를 넘은 것은 코로나19 기저효과가 반영된 2021년(4.6%) 이후 처음이다.
구 부총리는 “기업 실적 개선과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명목성장률 10%는 어마어마한 것으로 GDP 규모 확대와 세수 증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와 금리·환율 등 거시변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하반기 이후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역대급 지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좋은 거시경제 지표들의 상당 부분이 가격 효과에 기인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수출과 무역수지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만 도취되지 말고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중동전쟁 이후 대응 △잠재성장률 반등 △구조적 문제 대응 등 3대 분야와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 △AI 대전환, 초혁신경제 △양극화 극복 △K공급망, 에너지 안보 △지방주도성장 강화 △구조 개혁 본격 착수 등 6대 과제를 제시하기로 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구조 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로 고령 인력 활용 방안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60세 법정 정년 이후에도 근로 의사가 있는 고령층이 계속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가데이터처의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709만 4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96만 1000명)의 약 24.5%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60세~64세 260만 9000명 △65~69세 216만 5000명 △70~74세 116만 6000명 △75세 이상 115만 4000명이다.
정부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의 4분의 1을 넘는 현실을 반영해 정년 이후 재고용과 촉탁, 단시간 근로 등 이른바 ‘계속고용’ 제도를 보완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방안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6월 말 경제성장전략에 담을 예정이지만 실제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고령층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여당 TF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노사 갈등과 세대 간 이해충돌 속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출시 직후 사실상 완판된 국민성장펀드와 관련해 운용사 간 경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성장펀드가 크지는 않겠지만 자산 격차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거나 격차 확대를 줄이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로 (수익률) 공개하든지 압박해서 경쟁을 확실히 좀 촉진하긴 해야겠다”며 “운용을 잘하면 정부의 재정 집행이나 정책금융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고민해봐야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