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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한해 100대도 안 팔려”…발길 끊긴 낙원상가

25.05.2026 1분 읽기

25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종로 낙원악기상가. 과거 ‘악기의 메카’로 불렸던 이곳의 낮은 고요했다. 문을 닫거나 불이 꺼진 상점이 많진 않았지만, 오가는 사람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복도마다 악기와 스피커가 켜켜이 쌓여 있었고, 상인들은 그 사이에서 무료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낙원상가에서 만난 한 피아노 판매업자는 “지금 우리나라 산업 가운데 가장 어려운 곳이 악기 업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악기 산업에 몸담은 지 60년이 넘었다는 그는 “이 정도로 시장 상황이 나빴던 적은 없었다”며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1980년대 말에는 영창·삼익·야마하 3사가 국내에서 한 해 8000대 가까운 피아노를 팔았지만 지금은 100대도 안 될 것”이라며 “중고 거래 플랫폼에 내놔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결국 13만 원 정도를 내고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45년째 낙원상가에서 악기를 판매해온 또 다른 상인도 “예전에는 학교 주변마다 피아노 교습소가 많았지만 요즘은 하나 찾기도 힘들다”며 “아파트 거주 비중이 늘면서 층간소음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전성기에는 낙원상가에 입점한 피아노 업체만 40곳이 넘었지만 지금은 10곳 정도만 남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적막해진 낙원상가가 보여주듯 학령인구 감소로 악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교육용 악기 시장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수요 위축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피아노의 경우 현재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수요 감소로 국내 생산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피아노(HS9201) 수입액은 933만 달러로, 2023년 1577만 달러보다 약 40%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악기 산업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였던 아이파크영창은 지속된 적자 끝에 지난달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달 18일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아이파크영창의 매출은 연결 기준 2023년 641억 원에서 지난해 311억 원으로 반토막 났고, 2020년부터는 영업적자도 이어졌다. 어쿠스틱 악기 시장 위축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사업 다각화를 위해 뛰어든 전문직공사업 역시 실적 반등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1위인 삼익악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익악기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악기 사업과 집단에너지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는데, 2023년부터는 악기 사업 매출 비중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악기 사업 매출은 2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매년 1분기에는 집단에너지 사업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악기 부문의 축소세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최근 3년간 전체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2023년 65억 원에서 지난해 23억 원으로 65% 가까이 급감했다.

악기산업의 침체는 수십년째 지속되고 있다. 국내 악기 생산공장 대부분은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해외로 이전했다. 악기업체의 수출입을 지원하던 한국악기공업협회도 산업 침체와 수출감소 등으로 2012년 자진해산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악기 시장 규모는 2000년 3990억 원에서 2010년 2880억 원으로 10년 사이 28% 감소했다. 이후에는 시장 규모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통계조차 사실상 집계되지 않고 있다. 특히 피아노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낙원상가 상인들은 디지털 악기에 대해서는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었다. 낙원상가에서 만난 한 전자기타 소매업자는 “K팝 못지않게 K밴드 성장세도 뚜렷해지면서 중·고등학생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피커 소매업자도 “디지털 피아노와 전자기타 같은 디지털 악기는 꾸준한 수요가 있어 상대적으로 판매가 나은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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